양측 정부 당국자로 이날 선양(瀋陽)에서 열린 회담에 참석한 오노 게이이치(小野啓一) 일본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장과 유성일 북한 외무성 일본 과장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2시간 가까이 회담했다.
교도통신은 이들이 2012년 11월 이후 중단된 양측 정부 간 협의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핵·미사일 문제가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여러 가지 문제에 관해, 일본 측의 문제의식을 전했다. 일정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회담이 실현돼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가 당국자 간 의견 교환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만큼 북한과 일본이 적십자 회담이라는 형식을 빌어 사실상 정부 간 대화·접촉을 재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과 일본이 조만간 정식으로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다사카 오사무(田坂治) 일본적십자사 국제부장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양국 적십자와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형태로 다음에도 하기로 합의했다"며 다음 적십자 회담에서 양측 정부 간 대화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차기 회담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부·여당 회의에서 "북한의 긍정적인 대응을 이끌어 내야 하며 확실히 대응하겠다"고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언론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비공식으로 이뤄진 의견교환'이라고 강조했으며 정식 협의가 아니므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 실무 회담에서는 북한 내 일본인 유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리호림 북한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서기장은 일본 적십자사와 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조일(북일) 쌍방이 일본인 유골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계속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리 서기장은 "오늘 1년 반 만에 다시 열린 조일 적십자 회담에 두 나라 정부 관계자들도 참가해서 보다 의미 있고 아주 중요한 회담이 됐다"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회담은 쌍방이 이미 합의한 의제대로 우리나라에 있는 일본인 유골 문제를 토의했는데 의견들이 충분히 제기됐고 많은 문제에 대해 쌍방의 입장과 형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사카 부장은 "이번 회담 중에는 북한 내 일본인 유골 매장지 주변에 개발사업이 진행돼 해당 매장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면서 "이 문제를 일본에 돌아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북한과 일본 적십자사의 공식 협의는 2012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애초 이번 회담이 하루 이틀가량 연장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양측이 주요 의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차기 회담 개최에 합의해 하루 회담으로 마무리됐다.
양측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6시간가량 협의했다.
일본 정부는 태평양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 주둔했던 일본군과 종전 후 귀국하지 않은 사람 등 자국민 가운데 총 3만4천여명이 북한 지역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1만3천여구의 유골은 종전 직후 일본으로 보내졌으며 나머지 유골 2만1천여구는 아직 북한 내에 있을 것으로 일본 측은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