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은 27일 하루 동안 43,783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 9,818,338명을 기록했다. 평일 5만 명 주말 15만 명 안팎을 동원하는 흥행추이로 볼 때 이르면 내일쯤 1000만 관객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겨울왕국의 흥행돌풍은 영화전문가들은 물론 제작사인 디즈니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디즈니에서는 2011년 개봉된 라푼젤의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영화 겨울왕국, 어떻게 천만관객을 넘보게 됐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를 만든 디즈니사는 어느 정도의 흥행을 예상했나?
= 100만 관객을 넘기는 정도로 예상을 했다고 한다.
디즈니 측은 "통상 애니메이션의 시장규모가 있다 보니까 크게 예상하지는 않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은 애들이 보는 영화다'라는 인식이 강해서 애들과 엄마가 함께 보는 영화로서 그 정도를(100만 관객을 넘기는) 예측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개봉 17일 만에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1위인 <쿵푸팬더2>의 기록 506만 명을 깼다.
디즈니관계자도 "어떻게 해서 900만이 되고 천만가까이 가게 됐는지 저희(디즈니)도 궁금하다"면서 "이렇게 흥행이 된 건 저희들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의아해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만관객은 언제쯤 돌파하나?
= 지금 추세로는 내일(토요일)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왕국은 지난주 금요일인 21일 65,995명, 토요일인 21일 158,039명, 일요일인 22일 154,514명, 월요일인 24일 50,467명, 25일 51,704명, 26일 53,784명 그리고 27일 43,783명 등을 기록했다.
평일에는 5만 명 안팎, 주말에는 15만여 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니까 내일쯤에는 천만관객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디즈니에서도 주말쯤 천만관객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번 주말을 끝으로 신학기가 시작되니까 관객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음 달 6일에는 관람 중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반주와 가사 자막이 나오는 싱어롱(Sing-Along) 버전이 개봉된다. 관객몰이가 계속된다는 얘기다.
▶100만 관객을 조금 넘기는 수준을 예상했는데 천만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예상보다 10배가 넘게 봤다는 얘긴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이냐?
=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천만관객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들이었다.
다각도로 취재하면서 천만관객을 돌파하게 된 힘을 대략 5가지 정도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30대 중후반 40대 초반 여성들의 힘이다. 이들 세대들은 20여 년 전 10대와 20대 일 때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 킹' 등 클래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란 세대들이다.
영화평론가 김형호씨는 "이들 세대들이 어릴 적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란 향수와 함께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게 있다"라고 분석을 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는 영화라는 통념을 깼다는 것이다.
높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겨울왕국의 영화음악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나면 한편의 뮤지컬을 본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넛잡'을 제작한 레드로버 허회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개봉하기 전 캐나다에서 겨울왕국을 봤는데 "멋진 뮤지컬 한편을 본 느낌이었다"면서 "우리나라 정서에는 만2천원 만3천원을 주고 뮤지컬을 본 것 같은, 문화생활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음원 시장에서 '겨울왕국'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앨범 타이틀곡 '렛 잇 고'(Let it Go)는 멜론과 엠넷을 비롯한 각종 차트에서 1~2위를 차지했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운영하는 가온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어 버전으로 수록된 겨울왕국 OST가 발매되기도 했다.
세 번째는 가족 관객을 겨냥한 영화라는 점이다.
국산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영화를 본 뒤 6백만 이상의 관객이 들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그동안 애니메이션은 엄마와 아이, 특히 저 연령층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라는 인식이 있어왔다"면서 "그런데 겨울왕국은 전세대가 다 즐겁게 볼만한 스토리와 소재, 주제, 노래 이런 것들이 다 담겨있어서, 확실하게 가족영화로 포지셔닝 하면서 아동부터 성인까지 관객을 다 아우르는 만족도를 줬다는 게 천만관객을 동원하게 된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심 대표는 "성인이나 청소년 등 특정 관객을 겨냥한 영화로는 관객동원에 한계가 있다"면서 "전 세대를 커버할 수 있는 이야기, 전세대가 볼만한 영화, 가족을 타깃으로 한
영화는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이며, 괴물이나 해운대도 재난영화지만 가족관객을 겨냥한 영화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일종의 공식이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김형호 영화평론가가 분석한 것인데
우리나라 영화에서 처음으로 천만관객을 넘긴 실미도에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가 연달아 개봉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겨울왕국도 천만을 넘긴 변호인에 이어서 개봉되면서 그런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김형호 평론가는 "처음에는 변호인에 이어 수상한 그녀가 천만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겨울왕국이 천만관객을 동원하게 됐다"라고 분석을 했다.
김형호 평론가는 수상한 그녀는 3~40대가 부모를 모시고 가는 영화라면 겨울왕국은 3~40대가 자녀를 데리고 가는 영화인데 아무래도 부모보다는 자녀를 중시하는 사회분위기가 관객을 가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섯 번째는 새로운 컨셉이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은 여성 캐릭터가 남성에게 종속돼 있는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겨울왕국은 자매인 엘사와 안나의 우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여성을 주체로 내세워 식상함에서 벗어난 스토리텔링이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여성이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고 이야기의 중심이었는데 이 점이 여성 관객에게 어필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온다. 겨울왕국의 얼음공주 엘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닮았기 때문이라거나 겨울왕국을 페러디한 2차 생산물이 폭발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등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킬 때 또 다른 강남스타일이 엄청나게 만들어져 유포됐던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겨울왕국의 흥행 성공으로 애니메이션 붐이 일고 있다는데?
=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개봉하고 있다.
캐나다 애니메이션 '이디야와 얼음왕국의 전설'이 27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황폐화된 북극을 되살리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삼총사의 활약상을 그렸는데, 이디야가 주축이 된 삼총사는 악마와 손잡은 주술사 때문에 위험에 처한 북극과 부족을 구하기 위해 전설의 땅 샤릴라를 찾아 나선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웨덴의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닐스의 모험' 도 27일 개봉했다. 일본 오시이 마모루(63) 감독이 1982년 극장판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키가 15㎝로 작아져버린 주인공 말썽꾸러기 닐스의 모험담이 작품의 주된 스토리다.
지난 20일에는 국산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흥미를 자아내는데 얼룩소로 변해버린 뮤지션 경천, 소녀가 된 인공위성 우리별 일호, 마법사에서 화장지가 된 멀린 등이다. 영화는 얼룩소 경천과 우리별 일호의 러브 스토리를 풋풋하게 그려낸다.
20일 개봉한 프랑스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도 빼놓을 수 없다. 생쥐와 곰이 만나 우정을 쌓아가며 서로에 대한 편견을 깨나가는 모습, 이를 통해 공존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작품으로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라 있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도 20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유년 시절 함께 어울리던 멘마가 숨지고 세상에 남은 친구 다섯 명이 느끼는 회한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렇지만 겨울왕국의 흥행돌풍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