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자국 법원에서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소송 결과가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모한장(牟漢章), 장스제(張世杰)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피해자 유가족 37명은 이날 오전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일본코크스공업주식회사(전 미쓰이광산), 미쓰비시(三菱)머티어리얼(전 미쓰비시광업주식회사) 등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징용 책임이 있는 일본기업들은 '인민일보', '아사히신문' 등 모두 17개 신문에 중국어와 일본어로 사과문을 게재하고 한 사람당 100만 위안(1억7천400여만원)씩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20살도 채 안 돼 징용생활을 했다는 장스제 할아버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우리를 잡아다가 석탄을 캐도록 시켰다. 저녁에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한 채 일을 했는데 감옥과 다름없었다"며 "작은 집에서 300명의 중국인이 살았다"고 증언했다.
중국언론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중 징용피해를 본 중국인은 총 3만8천953명으로 이들은 35개 일본기업에서 일했다. 징용자 중 최연소자는 11살, 최고령자는 78세였다.
강제징용 기간 6천830명이 사망하고 3만여 명이 귀국했지만, 일부는 후유증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고 중국언론들은 전했다.
신화통신은 법원 측이 징용피해자들의 소장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중국 온라인 뉴스사이트 국제재선(國際在線)은 법원이 7일 이내에 소송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며 "만약 소송을 받아들이면 (원고 측) 승소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미 한국인 징용피해와 관련해 일본 대기업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들이 나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향후 한중 피해자들 간의 공조 가능성도 중국언론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중국정부도 "강제징용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며 일본 측을 비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강제징용 노동은 일본 군국주의가 대외 침략전쟁과 식민통치 시기에 저지른 엄중한 범죄행위로 아직 적절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역사가 남긴 문제"라면서 "일본이 역사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로 관련 사안을 성의있고 적절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중국 법원이 법에 따라 해당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이번 소송과 관련, 중국 법조계 관계자, 전직 고위 관리, 일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고문단이 연명으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일본을 상대로 한 민간의 배상 청구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일본기업의 행위는 국제적인 인도주의에 반한다, 우리나라(중국) 근로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강제로 동원된 노동자가 앞서 중국에서 일본 기업을 제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중일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한 중국 측이 수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1972년 양국의 공동성명으로 중국이 일본에 대한 청구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정부간 교섭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지만 최근에 개인 청구권이 별개라는 인식이 중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사실상 개입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1995년부터 일본법원을 상대로 모두 14건의 관련 소송을 내 일부 소송은 1∼2심에서 승소판결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최종심에서 모두 패소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