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쪽 끝에 있는 크림반도는 애초 러시아 땅이었다가 1954년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주민 197만명 중 러시아계가 60%인데다 '러시아 재편입'을 원하는 여론도 약 30%나 된다.
이 때문에 크림반도는 최근 친러파 정권을 내쫓고 집권한 우크라이나 야권에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크림반도 곳곳에서는 25일(현지시간)까지 사흘째 임시 정부를 성토하고 러시아 당국의 보호를 촉구하는 주민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키예프를 도망쳐 당국에 수배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도 현재 이곳에 숨어 러시아로의 밀항을 준비한다는 추측이 많다.
크림반도가 새 정권에 대한 불복을 선언하고 러시아 측으로 돌아서면 우크라이나는 전면 내전마저 우려되고 있다.
임시 정부는 국내 분리주의 시도에 군을 동원한 강경 대처를 경고한 상태다.
크림반도의 친러 시위에 러시아의 대처는 심상치 않다.
러시아 의회 대표단은 25일 크림 반도를 찾아 이곳 러시아계 주민에게 자국 여권 발급을 간소화하는 조처를 약속했다.
또 유사시 적극적으로 러시아계 동포를 보호하겠다면서 크림반도 주민들이 러시아로의 병합에 합의하면 이를 신속히 검토하겠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이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사태가 악화하면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 작전을 벌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실제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 전면전을 벌이기 전 현지 주민에게 대거 자국 여권을 발급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렇게 우크라이나 당국에 '도발' 행보를 벌이는 것은 크림 반도의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흑해를 접한 크림 반도는 날씨가 온화해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不凍港)이 아쉬운 러시아에 가치가 크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을 장기 조차해 자국 흑해함대 주둔 기지로 쓰고 있다.
크림반도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일부이면서도 자치 공화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
의회와 정부가 별도로 있지만 우크라이나 의회가 임명한 총리가 국정을 이끄는 구조다.
크림반도 정부는 현재 임시 정부에 대한 불복 발언은 피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크림반도에는 반러 감정이 큰 우크라이나계(24%)와 타타르계(12%)도 세력이 만만찮아 내전이 벌어지면 큰 내부 충돌이 예상된다.
특히 타타르계는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구소련 시절 큰 핍박을 받은 탓에 러시아 병합 시도에 무차별 무장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우크라이나가 방공망 등 국방력이 탄탄한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견제가 강해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 때처럼 과감히 크림반도에 개입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크림반도는 넓이가 2만 5,600㎢로 강원도(2만 569㎢)보다 조금 더 크다.
19세기 중반에는 러시아 제국의 남하 정책에 맞서 오스만 제국·영국·프랑스 등 연합이 벌인 '크림전쟁'의 핵심 전장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