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재통합 주장 관련, 카자흐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카자흐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주요 정당의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의 발언은 카자흐로서는 용납할 수 없으며 그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거듭 밝히지만, 카자흐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고 CA 뉴스 등 현지언론은 전했다.
러시아 극우민족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 당수 지리노프스키는 23일 한 공식석상 발얼을 통해 옛소련권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러시아와 통합하자"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러시아 좌파민족주의 정치 단체 '다른 러시아'의 지도자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옛소련 출신인 우크라이나와 카자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며 러시아 정부가 재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특히 최근 자국통화인 텡게화 평가절하 단행으로 금융시장 혼란을 겪는 카자흐에게 "사태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러시아 정부는 서둘러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도시였던 카자흐 북부지역을 러시아에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자흐 당국은 이에 즉각 성명을 내고 리모노프를 향해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현재 카자흐는 러시아 외교부에 이들 각각의 발언에 대한 항의 서한을 보내고 공식 해명을 요청한 상태다. 카자흐 민심은 반드시 러시아 측의 공식사과까지 받아야 한다며 격앙돼 있다.
아직 러시아 외교부와 발언 당사자들은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치인들의 잇따른 재통합 주장은 옛소련에서 독립 후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역내 신흥강국이 된 카자흐의 자존심을 건드린 발언이어서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91년 옛소련에서 독립한 카자흐는 경제성장에 힘입어 민족 정체성 찾기와 탈(脫)러시아에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소련시절 통용이 금지됐던 현지어인 카자흐어를 러시아어와 함께 공식언어로 채택하고 수도를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옮겼다.
더불어 현재 공식 국가 명칭인 '카자흐스탄' 또한 소련 시절 임의로 만들어진 명칭이라는 이유로 변경을 검토 중이다.
통계에서도 카자흐인들은 옛소련이 아닌 지금의 생활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며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이 지난해 '소련붕괴' 22주년을 맞아 옛소련권 11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 조사를 보면 카자흐인들의 약 70%는 소련 붕괴가 자국에 이익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 응답의 51%를 차지한 소련 붕괴가 '자국에 손해였다'라는 결과와는 상반된다.
한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작년 4월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유라시아 미디어 포럼에서 러시아와의 관세동맹(지역경제공동체) 체결 등 경제협력이 옛소련 부활의 절차가 아니냐는 질문에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나자르바예프는 당시 "자주권과 헌법을 침해하는 조직에서는 즉각 탈퇴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