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업을 선착순으로?' 어처구니 없는 복지행정 논란

정부지원 '문화누리카드 사업' 선착순 접수로 혼란, 카드 수급도 차질

정부가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누리카드 발급 신청을 받은 첫날 주민센터와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선착순으로 신청을 접수한 때문인데, 시민단체들은 복지 수혜자를 선착순으로 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에 비판을 쏟아냈다.

문화누리카드 발급 신청 접수를 시작한 24일 하루 부산시내 주민센터마다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신청자들이 일제히 몰린데다 전국적인 접속 폭주로 내부 사이트가 마비되면서 카드 발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문화누리카드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에게 카드에 담긴 일정량의 포인트를 이용해 문화공연과 여행, 스포츠 관람 등을 지원해주는 문화복지사업의 일종이다.

문제는 부산지역 대상자가 12만 6천 세대에 달하는 반면 올해 배정된 예산은 69억 원 가량으로 수혜 대상자가 전체의 1/3인 3만 8천여 가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선착순으로 신청 접수를 받는다고 공고했는데 카드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앞다퉈 인터넷과 주민센터로 몰리면서 사단이 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예산에 비해 수혜자의 수가 많아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특별한 기준 없이 먼저 신청하는 사람에게 복지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며 "지원을 받는 수혜자의 욕구에 대한 조사 없이 일괄적으로 선착순을 실시하는 것은 줄세우기식 복지의 전형이다"고 날을 세웠다.

박 처장은 이어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고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누리카드의 카드 자체 수급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를 발급하는 농협이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카드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선 지자체에서 카드 부족사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농협 측은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카드를 배급했지만, 아직 예상되는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각 지자체는 이용자들에게 일단 발급 신청부터 받은 뒤 카드가 생산되면 지급하기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 사이 이용자들의 불편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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