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4) 역시 우아하고 환상적인 몸짓으로 얼음판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푸른색 의상을 입은 김연아는 여성 록스타 에이브릴 라빈이 부른 존 레넌의 '이매진' 선율에 맞춰 고혹적인 여왕의 자태를 뽐내며 마지막 올림픽을 장식했다.
박수 속에 갈라 프로그램을 마친 김연아는 한결 더 홀가분한 표정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섰다. 김연아는 "소치 온 지 일주일 넘게 흘렀는데 드디어 마지막 마무리를 해서 홀가분하고 기분 좋다"며 웃었다.
이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판정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경기가 끝나 판정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밀려 올림픽 2연패가 좌절됐다. 이에 대한체육회와 빙상경기연맹은 각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에 판정과 관련한 질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의연했다. 이날도 "결과가 어쨌든 경기 잘 끝났다는 데 만족스럽고 항의하고 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때 갈라를 마친 캐나다 아이스댄스팀이 믹스트존으로 들어섰다. 스콧 모이어는 인터뷰를 하던 김연아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퀸 연아, 넘버원!" 하고 외치며 지나갔다. 김연아가 금메달 연기를 펼치고도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뜻이었다.
이에 김연아와 취재진도 함께 웃었다. 미소를 지은 김연아는 "판정에 대한 억울함과 속상함 전혀 없다"면서 "그냥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싶다"고 마저 답했다. 이어 "계속 말씀드렸듯이 결과에 대해 끝나고 되새겨본 적이 없고 저보다 주변에서 더 속상해하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에 대해 피겨 전설 카타리나 비트 등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보다 판정에 대해 더 민감하고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다. 이미 올림픽에 출전해 심판 판정을 겪었던 선수들도 알고 있다. 누가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