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나리조트 사망자 중 관심 못 받는 한 사람

가난한 연극인 알바하다…죽어서도 소외받는 비정규직

19일 부산외대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이강현 기자/자료사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로 사망한 이벤트 회사 직원 최정운(43) 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연극인이라는 사실이 트위터 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 씨는 '사회자' '이벤트 회사 직원'으로 알려졌지만, 본 직업은 평생을 배우·연출가로 살아온 연극인이었다. 생계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키기 위해 촬영 아르바이트를 나선 길이었다.

최 씨는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8기)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연극부장도 맡았다. 졸업 후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연극계에서 활동했다. 극단 '동성로' 대표로 활동하며 다른 일로 돈을 벌어 연극 제작비와 활동비를 충당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하녀들' '카니발' 등 진중한 연극 작품들을 꾸준히 연출했다.

최 씨는 2012년 8월 베트남 출장길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했으나, 아내가 한국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자 최근 친정에 나들이를 보냈었다.


최 씨는 일이 없을 땐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했고 대리운전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연극을 연출하던 경험을 살려 한 이벤트 회사의 한 하청업체 소속 프리랜서로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결혼식 등 각종 행사를 다녔다. 사고를 당한 날도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영상을 촬영하던 중이었다.

최 씨는 부산외대에 설치된 합동장례식장이 아닌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부산좋은강안병원의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대학생 9명의 빈소에는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조문 발길이 끊이지 않고 애도가 쏟아졌지만 , 최 씨의 빈소엔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베트남에서 비보를 전해 듣고 달려온 아내 레티끼에우오안(28·여) 씨가 외로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고, 그나마 그 곁엔 경성대 연극영화과 동문회가 있었다.

최 씨는 보상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 그룹이 숨진 학생과 최 씨에 대한 보상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 측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사고 사흘 만에 피해 보상 합의를 하며 원만하게 마무리했지만, 최 씨에 대해서는 아직 마땅한 합의 내용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노동운동가 김진숙 씨(@ JINSUK_85)는 자신의 트위터에 "코오롱 리조트 사고로 숨진 분들중 43세 최정운씨 죽음. 학교 연극강사인데 방학중엔 임금이 없어 이벤트업체 알바노동하던 비정규직 강사였단다. 희생된 학생들은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는데 이분 빈소는 쓸쓸하단다. 살아 소외됐던 비정규직, 보상이나 장례는 차별받지 않길"이라는 글을 올리며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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