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주인에게 버려져 무리를 지어 다니는 개들이 고라니를 공격하면서 잔인한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새벽 4시 반쯤,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주택가 도로에 고라니 한 마리가 처참하게 죽은 채로 발견됐다.
개 2~3마리가 고라니를 한꺼번에 물어뜯으며 공격하는 장면을 보고 인근을 지나던 환경미화원이 112에 신고한 것이다.
출동한 경찰도 심하게 훼손된 동물의 사체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서면 지구대 관계자는 "개가 집단으로 고라니를 공격해 온몸이 상처와 피투성이였고, 인근에도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어 아마 노약자나 어린이 봤으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일단 종이상자로 사체가 보이지 않게 조치한 뒤 관할 지자체와 수습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지난 16일 오전 8시 20분쯤, 같은 장소에서도 심하게 다친 고라니가 출몰해 날뛰면서 119 구조대가 쏜 마취총에 결국 포획됐다.
이처럼 도심 한복판에 고라니가 출몰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고라니가 겨울철 추위로 산속에 먹을 것이 부족해진 데다 짝짓기 시기를 맞아 활동이 왕성해 도심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지난해 겨울부터 강서구와 금정구, 사하구와 북구, 부산진구 등을 중심으로 한 달 평균 12건씩 고라니 출몰 신고를 받고 있다.
문제는 고라니의 개체 수가 급증해 앞으로도 도심에 나타나 교통을 방해하거나 로드킬을 당하는 등 2차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게다가 주인 없는 개들이 대여섯 마리씩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고라니 등 야생동물을 먹이 대상으로 공격하고 있어 등산로뿐 아니라 일반 주택가에서까지 처참한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
부산 야생동물보호협회 최인봉 회장은 "부산지역에는 현재 100ha당 멧돼지 3.5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라니는 이보다 2배 많은 6.6마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떠돌이 개들이 산으로 몰려 고라니를 공격하면서 일주일에 한 두 번꼴로 고라니가 잔인하게 죽어 있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고라니는 자기 반경의 약 1km만 움직이지만 개한테 쫓기면 도심까지 내려와 차와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강서와 기장에만 허용하고 있는 야생동물 포획을 확대해 안전한 방법으로 개체 수 조절에 나서거나 미국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피임 백신 주입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