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유씨가 두만강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을 왕래했다며 잠입·탈출 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두만강 도강을 통해 입북했다고 주장한 2012년 1월 21일경, 유씨가 북한에 있지 않고 중국 연길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법원은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법원에 항소를 했고,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1심 재판에서는 제출도 하지 않았던 '출입국 기록'을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아 이를 토대로 유씨의 유죄를 입증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중국 공문'이라며 검찰과 국정원이 법원에 제출한 유우성씨 출입국 관련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주재 중국 영사부는 이 사건 재판부가 검찰과 국정원이 법정에 제출한 유씨 출입국 관련 문서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이에 대해 "한국 검찰이 제출한 3건의 문서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법정증거까지 위조해가며 사건을 조작했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범죄행위가 아니다. 아직도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간첩 조작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우리정부와 정보기관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밀실 대공수사'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 그동안 국정원 수사사건에 대한 증거 조작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국정원은 왜곡수사, 정치수사의 역사적 폐단을 근절하기 위해 선진국 정보기관처럼 수사 기능을 기존 수사기관으로 이관하고, 정보기관 고유 업무에 충실하도록 개혁돼야 할 것이다. 최근 1000만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변호인'이 국민적인 관심을 분노를 불러 일으켰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정부와 국정원, 그리고 검찰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진봉 CBS 객원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