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문호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오페라 ‘살로메’는 성서에 나오는 헤롯왕과 그의 의붓딸 살로메, 그리고 당대의 예언자 세례 요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특히 살로메는 19세기 말 상징주의 예술가들의 갈망을 담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의 대명사로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 2114년의 '살로메', 무엇이 다를까
살로메는 흔히 남성으로 하여금 그 아름다움에 탐닉하다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여성상으로 묘사됐다.
여성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남성의 타락과 파멸의 근원으로 돌리는 남성들의 집단적 공포감을 담아내는 일종의 문화기호였던 셈.
그러나 이번 한국오페라단의 '살로메'는 범죄가 난무하고 온갖 욕심에 모든 것이 파괴된 2114년 미래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살로메는 자신이 느끼는 욕망에 가장 충실한 여인이다. 도덕과 비도덕의 경계에 적당히 양다리 걸치며 살지 않고 욕망의 순수한 요구에 따라 움직인다.
연출자 마우리지오 디 마띠아(Maurizio Di Mattia)는 연출 의도를 "살로메와 여러 캐릭터 하나하나에 담긴 다양한 인간상을 통하여 어둡고 깊은 한 구석에서 꿈틀대는 인간 내면의 본성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1993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개관기념 공연으로 정명훈 씨 지휘로 바스티유극장 내한공연 이후 21년 만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공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