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6일(현지시간) 현지 인권 단체 직원과 변호인의 말을 인용해 이집트 어린이 다수가 시위에서 진압 경찰에 둘러싸인 채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인권 활동가 마하 마아문은 "당국이 구금 중인 사람 가운데 10~30%는 어린이들이 차지할 것"이라며 "(경찰이) 어떻게든지 해서 붙잡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현행법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성인과 다른 취급을 받아 별도의 시설에 구금돼야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마아문은 전했다.
심지어 부모나 변호인의 방문조차 허용되지 않는 형법 위반자와 같은 장소에 구금된 미성년자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례로 지난해 12월24일 카이로 외곽의 '10월6일 도심 구역'에서 사라 아테프(16)는 친구 올라(15)와 함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를 구경하다 진압 경찰에 체포돼 창문도 없는 경찰서의 독방에 갇히기도 했다.
아테프는 체포 직후 살인과 폭력 행위, 테러 조직 가입 등의 혐의를 받는 다수 범법자와 같은 장소에 갇혔다고 아테프는 말했다.
이집트 당국은 지난해 12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단체로 공식 지정하고 나서 이 단체와 연루된 이들을 테러 관련 혐의로 대거 체포했다.
한달간 구금 생활을 하고 석방돼 현재 재판을 기다리는 아테프는 "무르시를 지지하지만, 무슬림형제단 회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한 아동 인권 운동가는 "이집트 시위 현장에서 미성년자를 체포하는 것은 이제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카이로에서 구금자 변호를 맡은 한 변호사는 "시위 장소에서 체포된 미성년자 다수는 특별법정에서 재판을 받지 못한 채 어른들과 함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이집트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부나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슬람 세력의 홍보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최근 이집트 언론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된 사진을 보면 무르시 지지 시위 현장에 어린이들이 어른과 함께 참가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군부 지지 집회 현장이나 공공 장소에서는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아동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어린이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고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달라고 모든 이집트인에게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