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나이를 기준으로 규정짓는 '연륜 차별' 없어져야

거래소는 공공기관 평균 연봉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평균 보수는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는 데 고령화된 인력 구조가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거래소의 평균 근속연수는 17.7년으로 공기업 평균 근속연수 15년, 100대기업 평균 근속연수 10.9년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그만큼 인력이 고령화 됐다는 뜻이다.

거래소 정년은 58세다. 임원으로 승진 한 이후에 연임을 하지 못하면 퇴직을 해야 하는 부담때문에 40~50대 부장급들은 임원으로의 승진을 택하기 보다는 보직을 내려놓게 된다.

보직을 내려놓은 장년층 직원들은 적절한 업무를 배정받지 못하거나 후배들과 어울려 일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

거래소는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난 해 10월부터 연차는 오래됐지만 보직이 없는 고령층 5명만으로 구성된 조사연구팀을 구성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각자의 전문영역을 갖춘 분들을 모아서 해외 시장을 분석하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젊은 사람들이 단순 동향만 내는 것과 달리 전망과 전략 등 풍부한 보고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담팀의 성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거래소는 고령화된 유휴인력을 활발히 활용하기 위해 시장감시팀, 상장유치팀, 상장 실사팀 등을 꾸려 50여명의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고령화된 직원 점점 늘어나는데...'해고가 가장 쉬운 답?'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면서 기업 내 장년층 근로자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임금의 고직급자 활용에 대해 부담을 느끼게 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령화된 인력 활용에 있어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임금뿐 아니라 시킬 일이 마땅치 않다는 고충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박명수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인식 전환과 함께 임금 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지금 당장은 해고하는 게 쉬운 방법인 것 같지만 사회전체적으로 2016년부터 15~64세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사회 전체적으로 앞으로 인력이 더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기 때문에 나이가 많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기업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서비스, 연구, 관리 등 연륜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55세 이상 팀장급 직원들에게 직책정년제를 적용해 60세까지 직책없이 멘토나 사내 강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정년을 넘긴 연구원의 경험과 연륜을 활용하기 위해 위촉 연구원제를 도입해 65세까지 연구원의 멘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연봉의 개념이 아니라 시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 비트 제공)
◈고령화 사회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제도뿐 아니라 인식 개선도 필요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은퇴기로 여겨졌던 50~60대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인식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회적으로도 갈등을 낳고 있다.

대부분 고령화 사회에 돌입했기 때문에 나이와 무관하게 능력에 따라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상사가 나이가 많을 경우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게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으면서 퇴직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도뿐 아니라 인식의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이형종 수석연구위원은 “경험이 많은 사람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경험의 배당’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연륜있는 인력은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라며 “과도기를 겪는 과정이라고 본다. 나이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규정짓는 ‘연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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