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고위급접촉,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앞당길까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이 12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서 진행된 고위급접촉에서 이산가족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이자 7년만에 개최된 고위급 접촉의 성과 치고는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 수 년간 진행돼온 남북관계에서 이번 합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특히 남쪽 최고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북쪽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제1 비서의 직속 라인이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포함해, 남북한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 격의없이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향후 유력한 남북대화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측이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와 내용을 북측에 충분하게 설명하고, 북측도 기본 취지에 이해를 표한 것도 결코 가볍게 넘길 부분이 아니다.

당장 20일부터 24일까지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경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고 두번째, 세번째 발걸음을 걷기 위한 남북간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세번째 발걸음은 개성공단 국제화, 금강산관광재개,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적극적 참여, DMZ 평화공원, 인도적 지원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으로 첫 단추를 잘 풀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의 대화의 틀을 만들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 "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가동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 체제 3년째를 맞는 북한으로서도 장성택 처형 이후 어수선한 내부분위기를 다잡고 경제적 분야에서의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남북긴장관계보다는 화해무드를 조성해 남쪽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실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농업부문과 건설부문, 과학기술부문을 적극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 작동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시켜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이번 고위급접촉의 합의는 천리길이 넘을 남북관계에서 첫걸음을 떼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깨지기 쉬운 얇디 얇은 살얼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제시한 '중대제안'을 단기간에 관철하기 위해 군사훈련 중단과 핵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남북관계는 난항에 빠질 수 있다. 특히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려들 경우 갑갑해 진다.

이번 고위급접촉에서도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해 남측과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13일 방한한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박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과 양자 대화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15일 오후 국가안정보장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에서는 남북고위급접촉에 따른 후속 대책이 논의될 예정인데, 이런 모든 문제들이 회의테이블에 올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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