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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읽씹' 발단은 '김건희 여사 특검, 조건부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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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작년 12월 '김건희 특검법'에 '조건부 수용' 취지 언급
"법 앞에 예외는 없다"면서도 독소 조항·총선 정쟁용 지적
언론에서 "총선 후 김건희 특검 수용" 대서 특필…尹, '격노' 시작
김건희, 첫 문자 "제가 대신 사과…한 번만 양해해 달라"
이후 다섯 차례 연속으로 '씹혀'…韓, 최근엔 김건희 특검 "반대"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 연합뉴스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씹음)' 논란으로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한 후보는 대통령실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 '공적 채널'을 통해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하는 반면, 한 후보가 당시 이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는 반박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한 후보는 '해당 문자는 김 여사가 사과가 어렵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하는 등 '진실공방'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문자의 진위 여부를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시 김 여사 문자의 발단은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에 취임하기 직전에 밝힌 '김건희 특검법 조건부 수용'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韓, '김건희 특검'에 "법 앞에 예외 없다"…'총선 후 수용' 암시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씹힌' 기간은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이다. 그 발단은 한 후보가 법무부장관을 사퇴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9일 국회를 찾아 같은 달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정됐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본인 의견을 밝히면서다. 당시 야당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쌍특검법'을 단독 처리하려고 했다.

한 후보는 당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조건부 수용론'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는 정의당의 특검 추천권과 언론 브리핑 등 '독소 조항'과 야당의 '총선 정쟁용'을 지적하면서도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 날 언론에서 '총선 후 김건희 특검 추진'을 대서특필했고, 이를 본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한 후보는 같은 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에 취임했고, 올해 1월 10일 '김건희 리스크 관리'에 대한 답변으로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언급한다. 당시 그는 '해당 방안을 대통령실에 공식 건의할 의향이 있느냐'란 질의에 "제가 말한 게 공식이 아닌 게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 여사의 첫 문자는 이로부터 5일 뒤 시작됐다. 이날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1월 15일 김 여사는 문자로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린다"며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양해해 달라"고 보냈다고 한다. 대통령과 한 후보를 중재하려고 한 듯 보인다.

특히 김 여사는 "괜히 작은 것으로 오해가 돼 큰일 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너무 조바심이 난다.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다"며 "한 번만 브이(대통령)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신가.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후보는 문자를 무시했고, 같은 날 김 여사는 "제가 죄송하다. 모든 게 제 탓"이라며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다. 죄송하다"고 추가 메시지를 보냈다.

김건희, 수차례 한동훈에 '읍소'…"모두 제 불찰, 사과드린다"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김 여사의 문자가 온 지 이틀 뒤인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이 공개적으로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친윤'(親윤석열)계의 반발이 거셌지만, 다음 날인 18일 한 후보도 직접 명품백 수수 의혹에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이고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면서도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른바 '국민 걱정'이란 워딩이 처음 나온 날이다.

그러자 다음 날인 19일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세 번째로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하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다"면서도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보냈다.

이 때 언급된 것이 "대선 정국에서 허위 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 거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서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모든 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표현이다. 이를 두고 한 후보 측은 '사과하면 책임론에 불이 붙을 것'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사과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던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결국 해당 문자도 '읽씹' 당했고, 21일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이 한 후보를 만나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이른바 '1차 윤-한 갈등'이 터진다. 23일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나면서 갈등이 봉합된 듯 보이지만, '임시'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같은 날 김 여사가 "김경율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다"며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너무도 잘못을 한 사건이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다시 한번 여러가지로 사과드린다"고 보낸다.

이후 25일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큰 맘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며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추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한 후보는 다섯 번에 걸쳐 전달된 메시지에 전부 답하지 않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일단 공개된 문자 내용으로 볼 때 김 여사가 자신과 관련된 리스크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사과 의향을 밝히며 정치적인 돌파구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한 전 위원장이 자신을 키워 준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갑자기 태세 전환한 것을 여사는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전했다.

韓, 이제는 '김건희 특검' 반대…채 상병 특검 '조건부 수용'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 출마의 변을 밝히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독소 조항에 대한 언급도 별도로 없었다. 비대위원장 데뷔 시절과는 달라진 셈이다. 입장이 바뀐 것에 김 여사의 문자가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는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모두 특검에 반대하며 "도이치모터스 사안은 이미 (주범의) 항소심 판결이 임박한 상황이고, 가방 사안 같은 경우는 사실 관계는 대부분 드러난 상태에서 법리 판단만 남은 문제라 지금 단계에서 특검을 도입할 문제는 아니다. 검찰 수사를 보고 (특검을) 하더라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조건부 수용론'을 제기했다. 본인이 당 대표가 되면 '특검 추천권' 등을 수정한 안을 선제적으로 발의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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