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러시아와 협력강화 움직임…美에 등 돌리나

엘시시 원수, 대선 출마 앞두고 러' 지지 확인차 방문한 듯

이집트 군부 최고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 원수가 12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전격 방문하면서 이집트의 대미 관계를 포함한 외교 정책 전반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엘시시 원수는 나빌 파흐미 외무장관과 이틀 일정으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 국방, 외무장관과 '2+2 장관 회동'도 할 예정이다.

특히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엘시시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이집트의 오랜 동맹인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이뤄져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엘시시의 외국 방문은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집트의 정치·전략연구소 알아흐람센터의 지아드 아크르 연구원은 "엘시시가 이집트 대선 출마를 앞두고 러시아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무르시 정권을 축출한) 이집트 과도정부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엘시시는 또 이 방문 기간 러시아 정부와 20억 달러 상당의 무기 공급 계약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이집트 관영 일간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이집트군은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방공미사일 시스템과 군용 헬기, 미그(MiG)-29 전투기, 대전차포 등의 무기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향을 표시해왔다.


이집트의 무기 구매 비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엘시시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7월3일 군부의 무르시 정권 축출을 비판한 것을 두고 내심 불편한 기색을 보여 왔다.

이집트 국민 다수 뜻을 받들어 무르시를 축출하고 과도 정부를 수립한 것을 미국 정부가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무르시 정권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부의 무르시 지지파 무력 진압을 계기로 대이집트 일부 군사 지원을 유보키로 하면서 양국 관계에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조성됐다.

미국은 이집트 정국 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군부에 대해 명확하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군부는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조치에 옛 동맹인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방문해 엘시시와 회담하고 무기 거래, 안보, 경제, 원자력 등을 논의했다.

당시 러시아 고위급 인사의 이집트 공식 방문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다.

이집트는 아랍 민족주의 지도자인 가말 압델 나세르의 영향으로 1950~1970년대 아랍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구소련과 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나세르가 사망하고 안와르 사다트가 권력을 승계하며 이집트와 러시아의 양국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사다트가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고 미국으로부터 매년 13억 달러 상당의 군사 원조를 받자 이집트-러시아 관계는 더 악화했다.

사다트의 친미 정책으로 이집트는 수십년간 미국으로부터 군사 원조를 포함해 연간 20억 달러의 지원을 받게 됐고, 사다트의 정책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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