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5년째 사는 이병천씨(37)는 "높은 이자에 끌려 텡게로 은행에 예금을 맡겼다가 하루아침에 1만달러(약 1천61만원)를 손해봤다"고 하소연했다.
카자흐 시중 은행들은 자국통화 가치보존을 위해 미국 달러 예금은 6%를 텡게화는 7~10%의 차별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현지에서 15년째 살며 유통업을 하는 다른 교민은 "지금 외상거래로 받을 돈만 1천만텡게(약 5천750만원)라며 최소 1만2천달러(약 1천270만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한탄했다.
또 알마티의 한식당들은 환율 인상으로 한국에서 들여오는 재료가격이 유통비 포함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주요 고객이 교민과 한국기업 주재원들이라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다.
카자흐 경제 전문잡지인 밀리어네어(Millionaire)가 이날 조사 발표한 자료를 보면 평가절하조치로 총 국내예금자산 중 68억달러(약 7조2천억원)가 하루 새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자흐에서는 전체 예금 가운데 개인자산 비중이 커 시간이 지날수록 민간 부문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 못지않게 한국기업들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주로 본사에서 달러로 들여온 운영자금을 절하조치 전에 환전했거나 한국으로 보내야 할 영업이익을 미처 달러로 바꾸지 못해 발생한 환손실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의 기업 이미지 탓에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밝힐 수 없어 내부적으로만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알마티 한국기업 지상사협회의 관계자는 "현재 손실보다도 앞으로 위축될 카자흐 내수시장이 더 큰 문제"라며 "본사와 대책회의만 수차례 했지만, 뾰족한 답이 없는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오주환 주알마티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소장도 "텡게화 절하조치로 한국기업들의 수출대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소장은 덧붙여 "상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기업들은 현지시장에 대한 재조사와 무역 보험 가입 등의 대비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