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낯선 부산, 관계기관은 '하늘만…'

기상청 장비 없어 동부산권 적설량 '오리무중', 지자체는 '늑장대응'

지난 10일부터 이틀 동안 기장과 해운대 등 동해안과 접해있는 동부산권에 폭설이 내려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우물 안 개구리식 예보를 내놓은 기상청과 눈이 낯선 지자체의 미흡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새벽부터 이틀간 부산 기장군청이 자체적으로 측정한 기장지역 누적 적설량은 25cm. 대설경보에 준하는 양이다.


하지만 눈이 오기 시작한 이후 부산지방기상청이 내놓은 부산지역의 적설량은 시종일관 0.2cm에 머물러 있었다.

적설량을 잴 수 있는 관측기기가 중구 대청동 한 곳에 불과해 해당 지점의 관측밖에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지역 12곳에 무인 기상관측기가 설치돼 있지만, 해당 관측기는 적설량을 제외한 풍향과 풍속, 기온, 기압, 습도, 강수량만을 측정할 수 있다.

부산지방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무인 기상관측기로는 적설량을 측정할 수 없다"며 "적설량을 잴 수 있는 장비 도입을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기상예보와는 동떨어진 폭설에 동부산권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자 기상청 관계자들 지난 10일 오후 기장군을 직접 찾아갔지만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기장군청이 자체적으로 측정하고 있는 적설량이 정확하지 않다는 주장만 펼 뿐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자체 측정하는 적설량은 측정 기준에 어긋날 뿐 아니라 방식도 달라 정확한 수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예보 없이 하늘만 바라봐야 했던 지자체의 대응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1일 새벽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져 도로가 빙판길로 변할 것이라는 지적에도 기장군을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는 날이 밝아서야 제설작업에 나서는 등 늑장 대처로 일관했다.

부산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눈이 얼마나 온다는 정확한 예보가 없어 상황근무자들이 자체적으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날이 어두워서 새벽에 제설작업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이틀동안 20곳이 넘는 도로가 통제되고 마을버스 운행이 중단되는가 하면 빙판길 사고와 휴업, 지각 사태가 잇따르는 등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눈 내리지 않는 도시라는 틀에 갇혀 있는 관계 기관의 안일함 속에서 자연이 가져온 불편과 재난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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