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은 이날 가사 활동 등으로 공연 관람에 제약이 많은 주부 관객을 위해 개관 후 처음으로 오전 11시 공연을 열었다.
배우 김성녀도 "11시 공연은 평생 처음"이라며 무대에 올라 평소보다 더 여유롭게 시간을 배분해가며 극을 이끌었다.
공연이 끝난 후 만난 주부 정모(54)씨는 "가족끼리 공연을 관람하지 않는 이상 저녁 시간을 공연 때문에 통째로 비우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며 "오전에 공연을 관람하니 여유롭기도 하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본래 오전 11시 공연은 클래식 음악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횟수가 1~2회로 한정되는 음악회에 비해 연극은 상대적으로 장기간 공연되기 때문에 저녁 공연에 이어 오전 공연까지 편성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명동예술극장 관계자는 "이번이 첫 시도였음에도 거의 만석(380석 중 355명 입장)을 이뤘다"며 "오전 시간대에도 연극 관람 수요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명동예술극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공연장과 단체에서 이 같은 '틈새 시간'를 공략해 관객을 늘리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한국공연예술센터(이하 공연센터)는 최근 무대에 올렸던 연극 '미사여구 없이'에 특별 심야 공연을 2회 편성하기도 했다.
공연센터 김의숙 공연기획부장은 "헤어지기 아쉬운 연인들, 야근 때문에 공연 관람이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처음으로 심야 공연을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공연계 '휴일'로 인식되는 월요일에 극장 문을 여는 곳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월요일에 쉬는 공연계 종사자 등을 관객으로 흡수하기 위한 노력이다. 작품성과 완성도만 있으면 '월요일 공연도 된다'는 생각이 대학로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은 "공연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객들의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틈새 시간대 공략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보이며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