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네덜란드의 벽이 너무 높았다.
5,000m는 세계 최강' 스벤 크라머(6분10초76)를 비롯해 얀 블로크후이센(6분15초71), 요리트 베르그스마(6분16초66) 등 네덜란드 선수들이 메달을 싹쓸이했다. 이승훈은 6분25초61의 기록으로 12위에 그쳤다.
500m 역시 시상대를 네덜란드 선수들이 점령했다. 모태범은 69초69로 밴쿠버 대회 기록을 앞당겼지만 4위를 기록했다. 미헐 뮐더르(네덜란드·69초312)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얀 스메이컨스(69초324), 로날트 뮐더르(69초46)가 2~3위를 차지했다. 모태범이 못한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가 너무 잘 한 셈이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이다. 일단 1982년 국제빙상연맹(ISU)의 역사가 시작된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다..
특히 네덜란드에는 수면이 15cm 이상 얼었을 때 12개 도시, 200km 이상을 스케이트로 완주하는 이른바 스케이트 마라톤(elfstedentocht)이 펼쳐진다. 물론 얼음이 제대로 얼었을 때만 열리는 탓에 매년 개최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대회에는 특별한 완주 부상도 없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 대회 개최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대회가 열렸다하면 수만명이 참가 신청서를 낸다.
한 마디로 일상 생활에서 스케이트를 접하기 쉬운 나라, 즉 스케이트에 대한 저변이 넓다는 의미다.
덕분에 역대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7개(소치 제외)의 금메달을 따 미국(29개), 러시아(27개), 노르웨이(25개) 등과 함께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장거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소치 올림픽에서는 단순히 힘을 앞세운 스케이팅이 아니라 기술도 접목했다. 덕분에 단거리마저 석권했다. 역대 동계올림픽을 통틀어 한 나라가 두 종목 메달을 싹쓸이한 것은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처음.
물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빙속 여제' 이상화(25, 서울시청)의 여자 500m와 1,000m, 이승훈의 1만m, 모태범의 1,000m, 그리고 남녀 팀 추월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