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건설·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세 분기만에 또 뒷걸음쳤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도 당초 한국은행이 예상한 1.5%보다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한은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발표한 공식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치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3% 성장 이후 2분기에 -0.2%까지 떨어졌고,3분기와 4분기 0.1% 성장에 그치다가 다시 역성장으로 뒷걸음쳤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인 요인도 발생하면서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17일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시사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성장률이 0.1% 이하에 그치는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예전처럼 대외적인 충격이 와서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라,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건설투자와 민간소비를 주 요인으로 들었다.
이 국장은 "건설투자가 작년 2분기부터 성장률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 고금리 상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경기 부진 등 구조적 요인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민간소비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은 아니지만, 예전만큼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2분기에는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국장은 "내수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는 어렵지만 2분기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소폭 개선될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고,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0.75%p 인하한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투자 부문과 관련해 "건설투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공공부문 투자가 늘면 투자 부진이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관련 예산 집행과 적극적인 정부 지출도 2분기 성장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오락문화·의료 등 서비스 소비 부진으로 전 분기보다 0.1% 줄었다.
정부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줄면서 0.1% 감소했다.
특히 건설투자는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감소의 영향으로 3.2%나 줄었고, 설비투자도 기계류 중심으로 2.1% 감소했다.
수출은 화학제품·기계·장비 등의 부진으로 1.1% 감소했다. 수입도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류 중심으로 2.0% 줄었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 -0.4%p, -0.2%p를 기록해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민간소비(0%p)와 정부소비(0%p)는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수도업이 7.9% 성장했고 농림어업도 3.2% 증가했다.
제조업은 화학물질·화학제품·기계·장비 등 위주로 0.8% 줄었고, 건설업도 건물건설 부진으로1.5% 감소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지난해 4분기보다 0.4%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