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민주, 법원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

민주당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 선고에 맞서 특검 도입을 촉구하면서도 법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법원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김 전 청장의 무죄 선고 다음날 “정권 차원의 노골적인 수사 방해가 진실을 모욕했다”며 “특검이 왜 필요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9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한, 19대 국회가 임기가 계속되는 한 특검 말고는 없다”며 특검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논리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전 수사팀장을 제거하는 등 검찰 수사팀을 와해시킬 때부터 부실수사와 공소유지 실패가 예견됐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총력을 다해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등 정권 차원의 무죄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그 결과가 1심 무죄로 귀결된 만큼 특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재판 결과”, “사법부에 대해 대실망”, “상식에 반하는 판결” 등 법원에 대한 비판이 없지는 않지만 민주당의 초점은 이처럼 특검에 맞춰져 있다.

사실 민주당으로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1심 선고와 김용판 전 청장의 항소심, 상고심 등을 고려할 때 법원에 대한 자극을 최대한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싶지 않다. 사법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는 최재천 본부장의 이날 간담회 발언도 이같은 사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으로서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을 때 불어닥칠 수 있는 역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의 무죄 선고를 비난하고 나섰을 때 헌법에 보장된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것이냐는 반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판결 직후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법 정의와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선동”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주장으로는 민주당이라는 당명의 의미를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냐”며 “비판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 의원은 “대법원장과 모든 대법관에 대한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걱정하고 기대했던 재판”이었다며 “사법부 독립 침해라 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용판 전 청장에게 유죄를 선고할 경우 박근혜정부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었던 만큼 법원의 정치적 고려가 없을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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