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채인식 시스템 개발기업 아이리텍(Iritech) 김대훈 대표는 미국 유학시절인 1980년대 중반 '홍채인식기술'을 처음 접하게 된다.
김 대표는 그 뒤 30년 가까이 '홍채인식 시스템 연구' 외길을 걷는다.
홍채인식기술은 현재 일부 쓰이는 지문인식기술에 이어 나온 보안 시스템으로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진 안구의 홍채 정보를 이용해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로 지난 198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홍채는 지문보다 많은 고유한 패턴을 가지고 있고,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해도 정확히 인식할 수 있고 지문을 채취할때 처럼 접촉을 하지 않아도 돼 거부감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 문제의 카드 정보 유출, 홍채가 대체 가능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김 대표는 홍채인식 기술을 접하자 이내 그 매력에 바로 빠져 들었다.
미국의 5대 병원 가운데 하나라는 '메요 클리닉'에서 2년 정도 연구원으로 일하던 김 대표는 귀국후 키스트(KIST)에서 연구원 생활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IMF 이후 닷컴 붐이 불던 지난 99년부터 홍채인식 시스템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홍채정보를 이용해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이 사업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요즘 크레딧 카드 관련 정보 유출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미래에는 홍채가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번호 등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리텍은 일찌감치 미국 워싱턴 인근에 있는 페어팩스에서 출발한 글로벌 기업이다.
서울대 인근에 있는 연구소는 사무실을 겸하고 있는데 35명 정도 직원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인도 등에도 연구소가 있다.
본사를 미국에 설치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아이리텍은 지난해 소프트웨어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100만 달러 정도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 "유엔 난민기금이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난민들을 등록하는데 우리 회사의 홍채 카메라를 활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가 개발한 홍채인식 시스템은 미국 국토안전국이나 록히드 마틴 등에서 채택해 올해는 20-30배 정도 늘어난 2천만 달러에서 3천만 달러 정도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홍채진단으로 암 등 각종 질병 찾아낼 날 머지않다
김 대표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홍채정보를 이용하면 몇몇 질병도 거뜬히 진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의학에서 손이나 발, 귀 등에 인체 장기의 기능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는것처럼 인체 모든 장기가 홍채에 리플렉스 된다는 개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는 홍채진단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대체의학이 발달한 독일이나 러시아 등에서는 상당수 과학자들이 홍채진단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시험단계지만 일부 질병 등에서 홍채진단 방법이 시도되고 있고 일부 논문도 나왔지만 아직은 미약한 수준으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통일하고 표준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표는 "홍채진단 개념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하나로 통일화 된 것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상태로 사실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 일본인 투자자가 지난 2천년 회사를 방문했다가 홍채진단을 받았는데 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왔었다"고 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몇달전 내시경에서 이상이 없었지만 홍채진단 결과를 토대로 병원을 방문해 위암 초기단계라는 사실이 드러나 수술을 한 일이 있다"고 회고했다.
"이 투자자는 이 일을 겪은 뒤 지금도 투자를 지속해 아이리텍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지금은 지문인식에 이어 아직은 보안시스템 정도로 활용되고 있는 홍채인식 시스템을 질병진단 기술로까지 활용해 보겠다는 한 공학자의 열정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