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의 감소는 2012년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미국의 대브라질 FDI 규모는 2012년 123조 달러에서 2013년 58조 달러로 52% 줄었다. 유럽국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스페인은 25조 달러에서 13조 달러, 프랑스는 21조 달러에서 9조 달러, 영국은 19조 달러에서 8조 달러로 감소했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2.5%를 맴돈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올 6월 열리는 2014월드컵은 브라질에 호재다. 해외투자자들에게 브라질의 가치를 다시 부각할 수 있어서다. 미국ㆍ유럽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미국ㆍ유럽경제가 살아나면 브라질에 투입될 FDI가 증가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월드컵 같은 글로벌 빅 이벤트가 열리면 정부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프라(경기장ㆍ선수촌 등) 조성비용, 개최비용 등 투입되는 돈이 만만치 않아서다. 브라질도 월드컵 후 재정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브라질은 나은 편이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어서다. 또 다른 빅 이벤트 개최국(소치동계올림픽) 러시아의 사정은 180도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ㆍ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러시아의 2014년 경제성장률을 2.0%, 2.2%로 내다봤다. 두 기관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평균 3.35%라는 점에 비춰보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국제금융전문가들도 '높은 물가상승률(6%대)' '원유ㆍ천연가스 가격하락'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러시아의 부진이 깊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치올림픽 이후다.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역시 '단기투자 후유증'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 참고: 이 문제는 브라질보다 러시아가 심각하다. 브라질은 올 6월 2014월드컵에 이어 2016년 리우올림픽을 개최한다. 당연히 인프라 투자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 '단기투자 후유증'을 비켜 나갈 수 있다. 소치올림픽만 치르는 러시아의 투자후유증이 브라질보다 크게 부각되는 이유다.] 특히 러시아는 브라질만큼 해외 FDI가 활발하지 않는데다 내수시장도 작다. 빅 이벤트의 수혜를 누릴 공산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거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투자전략) 파트장은 "러시아의 올해 증시는 한 자릿수 초반대 상승률에 머무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치올림픽 효과가 거의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그렇다. 소치올림픽ㆍ2014월드컵 등 빅 이벤트는 이번에도 '배신의 칼'을 휘두를지 모른다. 빅 이벤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냉정한 현실을 곱씹어 봐야 한다. 환상이 깨지면 더 허망한 법이다.
이윤찬ㆍ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