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로의 심장으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의 세종로는 광화문 교차로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약 600m에 걸쳐 화강암 판석으로 포장돼있다.
오세훈 전 시장 재임 기간인 지난 2008년 광화문 광장을 지으면서 세종로도 광화문 광장 바닥과 같은 재질인 화강암 조각들로 포장한 뒤 콘크리트로 보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일반 도로보다 돌로 포장된 세종로가 훨씬 미끄러워 차량의 제동거리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세종로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오재훈(56) 씨는 "적어도 2~3m는 기본적으로 더 미끄러지고, 비나 눈이라도 오면 훨씬 심하다"며 "사람도 미끄러운 길을 걸으면 넘어지지 않느냐. 한 번 밟을 브레이크를 두 번씩 밟아야 한다"고 답답해했다.
그나마 자동차는 미끄러지는 수준이지만 오토바이는 곧바로 사고와 연결된다는 불만도 있었다.
퀵서비스 기사인 장모(43) 씨는 "조금이라도 물기가 있으면 오토바이는 요동을 친다"며 "브레이크를 밟으면 미끄러워서 바로 넘어지니 잔뜩 긴장하고 지나가느라 다리가 저리고 신경이 곤두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세종로 인근을 지나는 운전자들 사이에는 '운전하기 어려운 곳'이란 게 이제 상식처럼 자리잡았다.
실제로 차가 미끄러져서 사고가 일어나는 광경을 목격했거나 당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미끄러운 세종로를 지날 때마다 '롤러장'을 떠올린다는 윤상철(47) 씨는 "도로에 코팅이라도 한 것처럼 미끄러워서 차나 오토바이가 멈추지 못해 사고 난 사례를 여러 차례 봤다"며 "얼마 전 비가 오던 날 관광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버스가 미끄러지면서 들이받는 사고도 직접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서울시는 애초에 미끄럼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국토해양부 등에 문의한 결과 미끄럼 방지 포장에 대해서는 마찰 정도에 대한 기준이 있지만 일반 도로 재질에 대한 기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세종로에 사용된 석재에 대한 마찰계수 등 미끄럼 기준값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반 도로보다 더 미끄럽다는 것 자체가 안전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마찰계수 등 미끄러운 수준이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아스팔트 도로와 마찰 수준에 차이가 있다면, 실제 운전할 때에는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는 "석재로 도로를 포장하면 타이어와 접촉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마찰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아예 차량 속도를 낮추려는 목적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면 모를까, 일반 도로 주행 구간에서 석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기준 자체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속도가 느릴 때에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새벽에 차량이 속도를 내거나 눈·비가 올 경우 당연히 사고 위험이 크다"며 "일반 아스팔트 도로에서의 제동거리로 예상하고 운전하면 2~3m의 제동거리 차이라도 실제 도로에서는 접촉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안전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기보다 보기에만 좋은 전시행정에 급급한 세종로 돌길.
오늘도 시민들은 지날 때마다 가슴을 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