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관계자는 4일 "조만간 방추위를 열어 보라매 사업 체계개발기본계획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점은 2월 말이나 3월 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라매 사업은 노후화된 F-4와 F-5를 대체할 중간급(Middle)의 전투기를 2023년까지 국산 기술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개발 비용으로만 8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공군과 합동참모본부는 KF-X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어느정도 결정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지만 엔진성능이나 스텔스 기능 탑재여부 등 전투기의 '급'을 결정하는 중요 성능에 대해서는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이에대해 방사청은 "아직 결정된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개발비용과 기술수준 등을 고려할 때 쌍발형 엔진보다는 단발형 엔진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공군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면 최고급 제품을 원할 수 있지만 그건 어린아이가 무조건 좋은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으로 새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술 수준도 고려해야 하고 추후 수출을 위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단발형 엔진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현재 한국항공우주(KAI)가 개발한 국산 경공격기인 FA-50을 기반으로 성능과 전력을 보강한 기종을 KF-X 기종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군은 중간급 전투기들 중에서도 현재 우리의 주력 전투기인 KF-16을 뛰어넘는 상급(High)에 가까운 중간급 전투기 개발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개발이 상대적으로 쉬운 단발형 엔진보다는 작전범위가 넓고 안전도가 높은 쌍발형 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군관계자는 "쌍발형은 일단 작전범위가 보다 넓은데다 엔진이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다른 엔진이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다"며 "안전도가 높다는 것은 결국 전투에서의 자신감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공군은 일본이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대거 입하고 중국은 자체 개발한 스텔스기인 J-20의 전력화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현재의 KF-16급의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군 관계자는 "KF-X가 전력화되는 시기가 2023년 이후인데 그때 F-16은 생산도 안하는 구형기종이 된다"며 "다른 국가들이 다들 스텔스기로 무장하는 시기에 구형전투기를 개발하는게 무슨 의미냐"고 말했다.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쌍발형이냐 단발형이냐는 문제를 놓고 공군과 방사청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면서 "공군의 전투력 증강, 개발 비용, 수출 가능성 등 다양한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내기가 힘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같은 논란에서 드러난 더 큰 문제는 보라매사업이 처음 거론된 것이 지난 2001년, 방추위에서 사업추진기본전력이 의결된 것이 2010년 4월 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KF-X의 기본적인 성능조차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보라매사업은 스텔스 기능을 ROC에 넣었다가 가격 문제로 이를 완화했다가 여론에 떠밀려 스텔스 기능을 필수조건으로 다시 집어넣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준 차기 전투기(F-X)사업 진행과정과 판박이로 흐르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방추위에서 기본 성능이 결정되더라도 추후 미국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진행될 F-35 도입 협상 결과에 따라 또 다시 KF-X의 성능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전략무기인 F-35 개발 기술의 상당부분을 우리 군에 전수할 경우 KF-X의 성능도 덩달아 높아지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보라매사업은 우려한대로 철 지난 전투기 개발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산 전투기 개발 얘기가 나온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제대로된 기술개발과 의견수렴 등의 준비작업을 게을리한 덕분에 여전히 미국에 종속된 무늬만 '한국형'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