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는 서유럽과 아프간 소식통들의 말을 빌려 카르자이가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탈레반과 두바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아라비아 등지에서 독자적으로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일련의 비밀 접촉을 해왔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 말 이후에도 일정 규모의 미군을 아프간에 계속 주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국과의 안보협약에 대한 서명을 거부해온 카르자이는 대신 강경 탈레반 수형자들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는 한편, 소위 '미국의 전쟁범죄'에 대한 왜곡된 증거를 배포했다. 탈레반과의 비밀접촉에도 성과는 거의 없는 편이다.
반면 이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는 미국과 카르자이 간의 신뢰가 손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뒤죽박죽 상태인 아프간 내전 종식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귀띔이다.
또 아프간 정부에 대한 미 의회 차원의 지원도 이 탓에 급락한 데다 현 카르자이 정부는 물론이고 후임 대통령과 미국이 최소한의 안보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카르자이의 이런 일탈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 지휘관들과 4일 미국이 아프간에서 장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비밀접촉을 먼저 제의해온 것은 탈레반 측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밝혔다. 제의 시기는 카르자이와 미국 등 동맹국들 사이에 불신이 쌓이기 시작한 지난해 11월경이었다.
카르자이는 이 제의를 미국이 하기 싫어하거나 할 수 없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오랜 내전을 종식할 중요한 기회로 판단해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개인적이었을 뿐 참모진은 회의적이었다.
결국, 내전 종식을 위한 비밀 평화회담은 이렇다 할 구체적인 합의를 하지 못했으며, 공개회담으로 진전되지도 못한 상태다. 더구나 탈레반 측이 진정성을 갖고 회담에 임했는지 아니면 단지 카르자이를 혼미하게 하거나 속여 안보협정이 체결되지 못하게 하려고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특별 방문 직후인 지난해 10월만 하더라도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장기 안보협정 체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세부 조건들이 타결되고, 아프간 원로회의도 대통령이 협정에 서명하도록 승인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 외에도 철군이 완료되는 올해 이후 미군의 계속 주둔 여부는 전적으로 카르자이의 서명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계속 서명을 거부해 양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탈레반 측으로부터 비밀접촉 제의가 카르자이 측에 처음 당도한 것은 원로회의 직전이었다고 아프간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후 양측은 서신과 접촉을 이어갔다.
대통령 대변인인 아이말 파이지는 비밀접촉 사실과 함께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지난 2개월간은 (양측간 비밀접촉이) 매우 활발했다"면서, 이런 접촉은 내전 발발 이후 대통령궁이 추진한 가장 신중한 것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다수 아프간 정부 관리들과 서방 측 관계자들은 비밀접촉이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고 입을 모았다. 탈레반 측의 의도가 처음부터 무엇인지 지금은 아프간 정부와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이들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