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 공모해 한국 관광객 금품 뜯은 일당 검거

여행객 짐에 권총탄 몰래 넣어 연행 수법, 비리경찰 개입 '셋업사건' 주의

한국인 관광객의 골프가방에 권총 실탄을 몰래 넣는 장면 (호텔 CCTV 영상 /부산경찰청 제공)
필리핀 현지의 비리경찰과 공모해 한국인 관광객을 감금하고 돈을 빼앗은 일당이 적발됐다.

경찰은 동남아지역에서 현지 경찰과 짜고 마약이나 실탄 등을 적발한 것처럼 관광객을 함정에 몰아넣은 뒤 돈을 갈취하는 이른바 '셋업(Set-Up) 사건'이 공공연히 잇따르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이모(43) 씨 등 2명은 지난 2012년 12월 초순, 필리핀 클락지역으로 골프여행을 떠났다가 큰 곤경에 처했다.

3일간의 여행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려던 찰나 필리핀 현지 경찰관 3명이 호텔에 들이닥쳐 자신의 골프가방을 열고는 권총 실탄 2발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폭발물 신고를 받고 왔다"며 권총까지 들이대며 위협적으로 나온 경찰은 이 씨 일행의 짐에서 실탄이 나오자 곧장 경찰차에 태워 인근 파출소로 연행한 뒤 여권을 빼앗고 감금했다.

현지 가이드와 통역을 도맡으며 여행에 함께 했던 임모(51) 씨가 "석방 대가로 돈을 요구하니 경찰에게 돈을 쥐어주라"고 하는 말에 갖고 있던 현금을 모두 털어 450만 원을 주고서야 5시간여 만에 여권을 되찾아 풀려날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이 씨 등은 무언가 수상하다는 낌새를 느꼈고, 경찰에 제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끝에야 자신들이 이른바 '셋업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셋업(Set-Up)' 사건이란 특정인을 범죄인으로 몰기 위해 비리경찰을 이용하는 함정범죄 행위의 속어다.

이 씨의 사건을 조사한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필리핀 현지교민들 사이에서는 돈많은 기업인 등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셋업 사건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통역을 맡았던 임 씨는 셋업 사건의 공모자였고, 필리핀 내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는 신모(52) 씨는 호텔 로비에서 이 씨의 골프가방에 권총 실탄을 몰래 넣는 역할을 맡았다.

또 임 씨 등 두사람과 현지 경찰의 배후에는 필리핀에서 8년간 거주해온 또다른 한국인 서모(58) 씨가 있었다.

서 씨는 총기 소유나 휴대가 자유로운 필리핀에서 사설 경비원으로부터 손쉽게 실탄을 구입했고, 평소 친분이 있는 현지 경찰관에게 사례비를 약속하고 한국에서 유인한 관광객을 상대로 이같은 인질강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인책인 임 씨를 통해 국내 골프장에서 처음 만난 이 씨 등을 필리핀으로 골프여행 오라고 현혹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서 씨를 포함한 3명을 전원 구속하는 한편, 범죄에 가담한 현지 경찰관 3명을 처벌하도록 필리핀 당국에 국제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당한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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