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새누리당에서 공천비리 정치인의 피선거권이 영구히 박탈되도록 하는 것을 추가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향식 공천 제안만으로 기초선거 정당 공천의 폐해를 해소하기는 어렵고, 명분이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형량에 따라 5년 또는 10년으로 돼 있던 피선거권 제한 기간을 무제한 영구 박탈로 하겠다는 것인데, 그 기한이 문제가 아니다. 사면 복권이 너무 쉽게 되기 때문에 비리 정치인이 다시 정계에 복귀해 번듯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보완하려고 했으면, 사면 복권의 조건을 훨씬 까다롭게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했다.
명분이 약한 주장을 하려다보니 그 대안도 변칙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헌 소지 때문에 정당공천 폐지가 어렵다고 하나, 2003년 헌재의 결정 대상은 정당 공천 문제가 아니라 소속 정당 표시여부 문제였다. 폐지에 따른 문제점도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장단점이 있다. 이미 헌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전문적인 검토를 토대로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대선 당시 정치쇄신 공약의 책임자였던 정치쇄신특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이었고, 유수의 정당정치 전문 학자가 특위위원으로 참여해 공약으로 내세워던 바이다.
원칙과 신뢰를 내걸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집권여당이 신뢰의 파기와 변칙으로 실리를 취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정말 기초선거 정당 공천을 유지하고 싶다면, 대표적인 정당 기득권인 '큰 정당 우선의 기호순번제' 폐지 같은 것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원칙을 내세우는 정부에서 꼼수와 변칙이 일상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 증세하지 않겠다는 것이 박대통령의 원칙으로 내세워지고 있지만, 중소사업자 세금폭탄이라는 편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보고 있다. 변칙과 편법은 박근혜 정부의 제1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걸 다시 상기하고 싶다.
김만흠 CBS 객원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