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 나라의 주미 대사들이 현지 정치권 인사들과 민간 전문가들을 앞다퉈 접촉하면서 자존심을 건 외교력 대결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안호영 대사를 위시한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최근 거의 매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당국자들은 물론 연방 상·하원 의원, 언론계·학계 인사들을 만나 과거사 논쟁에 대한 한국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고위 인사들과 직접 면담이나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일 3국간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측의 솔직한 태도가 우선이라는 점을 설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 및 친한파 의원들과도 수시로 연락하면서 '위안부 해결 촉구 법안' 등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등 유력 싱크탱크의 연구원들과 연일 비공식적으로 회동해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미대사관은 특히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한 미국측 여론을 우리쪽에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서는 현지 언론에 대한 설득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유력 언론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안 대사는 최근 직접 워싱턴포스트(WP)와 USA투데이 본사,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의 워싱턴DC 지사 등을 잇따라 방문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그러나 최근 노골적인 로비활동에 나선 주미 일본대사관과는 차별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대사와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대사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서 '기고문 대결'을 벌이고, 특히 사사에 대사는 직접 버지니아주(州) 의회의 '동해병기' 입법 저지 로비에 뛰어들어 논란이 됐다.
그러나 한국대사관은 이와 달리 공개적인 활동보다는 '막후 로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외교 현장에서 한·일 갈등 문제에 대해 우리가 나서서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긴장 고조를 부추기는 데 일조하는 셈"이라면서 "장기적인 목표의식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민사회 등 일각에서는 한국 대사관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버지니아 주 의회의 '동해 병기' 입법 활동에서 일본 대사관이 유력 로펌을 고용해 공식적인 로비활동을 벌이는 것과는 달리 한국 대사관은 이를 한인단체에만 맡겨둔 채 방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공개적인 활동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대사관도 한인단체들의 활동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