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정기국회 개원일인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행한 시정방침 연설에서 "집단 자위권이나 집단 안전 보장 등에 대해서는,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안보법제간담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자신의 두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 연설에서 명확하게 '집단 자위권'을 거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안보법제간담회는 아베 총리의 사적 자문기구로,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구체적인 행사 방안을 검토 중이며, 오는 4월 중 최종 보고서를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안보법제간담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대응을 검토"한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헌법해석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맹국 등이 공격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집단 자위권에 대해 일본은 이제까지 헌법 9조에 담긴 '전수방위(방어를 위한 무력행사만 허용)' 원칙에 따라 행사할 수 없다는 헌법 해석을 유지해왔다.
아베 총리는 또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해 만든 개념으로 평가되는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해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안보전략을 관통하는 기본 사상"이라며 "전후 68년간 지켜온 일본의 평화국가 행보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영해 침입이 반복되고 있다"며 중국을 직접 거명해가며 비판한 뒤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어 중국에 대해 "계속 의연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새 방위대강 아래 (센카쿠가 있는) 남서 지역을 비롯한 우리나라 주변의 넓은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방위 태세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에 대해 "한국은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전제한 뒤 "일한간의 좋은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며 "대국적인 관점에서 협력 관계의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일관계에 대해 "아직 정상회담이 실현되지 않고 있지만,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며 "과제가 있을수록 대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 경제가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고 있고 경기회복의 저변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이 길 밖에 없다"고 역설, 과감한 금융완화 및 재정출동, 성장전략 등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실행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연설 모두에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자국의 흑인차별정책을 해소한 사실을 거론하며 "불가능하다고 단념하는 마음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믿고 행동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