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의 집에 직접 찾아가 교육을 하는 장애아동 홈티칭 서비스를 맡고 있는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석달간 실제 교육을 하지 않고도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다른 서비스를 받고 있던 해당 아동의 서비스결제카드를 자신이 관리하면서 허위결제를 했던 것이다.
이처럼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결제카드를 복지시설 관계자가 임의로 관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인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정부지원 서비스 시설들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서비스 신청 단계에서부터 결제카드를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회투자사업 중 한 노인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이모(67.여)씨는 "처음 수업을 들을때부터 선생님이 결제카드를 맡기라고 했다"며 "별다른 생각 없이 카드를 건내줬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당결제나 이용자의 중복 이용 등을 막기 위해 결제 카드의 시설보관과 대여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0여 개에 달하는 서비스 제공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부산시와 기초단체는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이같은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 별로 1년에 한차례씩 점검을 한다고는 하지만 서류를 확인하는 수준이고, 이 점검 역시 2만 9천여명의 이용자 중 임의로 뽑은 천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부산시 관계자는 "각 구군청마다 한 두 명의 담당자가 있어 위탁시설에 대한 세밀한 조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설령 부정사실이 적발된다고 하더라도 영업 정지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복지서비스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 일정 수준의 시설과 인력만 갖추면 별다른 검증 없이 서비스 제공 시설로 인정하는 허술한 자격 기준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늘어난 예산과 사업의 규모에 맞춰 서비스를 확대하다보니 서비스 제공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없이 위탁이 이루어진다"며 "보다 철저한 시스템이 마련된 이후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 있다"고 말했다.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서비스의 규모도 확대되고 있지만 서비스 제공기관의 방만 운영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