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저녁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당수 아르세니 야체뉵,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 '스보보다'(자유) 당수 올렉 탸그니복 등 주요 야권 지도자 3명과 2차 협상에 돌입했다.
양측은 전날 정국 타개를 위한 1차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었다.
2차 협상 결과에 따라 최소 2명의 사망자까지 발생시키며 악화일로를 걷는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키예프 시내 그루셰프스키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와 경찰은 이날 야당 지도자 클리치코의 제안으로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들 사이의 협상이 끝날 때까지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멈추기로 합의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또 이날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야권과 대화에 나서고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올리비에 바일리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바일리 대변인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이같은 약속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경우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정국 위기 사태 논의를 위해 의회에 다음 주 임시 의회를 소집할 것을 요청했다.
◇ 야권 "시위 사망자 5명"…당국은 "2명" 반박 = 야권은 이에 앞서 하루 전 경찰의 강경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사망자가 5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망자가 2명으로 파악됐다며 엇갈린 주장을 폈다.
야권 저항운동본부 의료센터 조정관 올렉 무시이는 친야권 성향 '흐로마트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시위 참가자 5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4명은 가슴과 목, 머리 등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고 무시이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언론 등은 앞서 22세 남성을 비롯해 시위 참가자 3명이 무력충돌 과정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같은 야권 주장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망자는 2명"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2명의 시위 참가자가 22일 새벽 키예프 시내 그루셰프스키 거리 시위 현장에서 부상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키예프 시 보건국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우크라이나 야권이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중단에 항의하는 시위를 시작한 이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야권 시위는 한때 소강상태였으나, 최근 여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집회와 시위를 강력히 통제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다시 격화했다.
◇ 대통령-야권 협상 결렬…격렬 시위 닷새째 =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2일 낮 야체뉵, 클리치코, 탸그니복 등 주요 야권 지도자 3명과 대통령궁에서 약 3시간 동안 정국 위기 타개 방안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야권 지도자들은 이날 대통령에게 유혈 사태 중단을 위해 앞서 16일 의회가 채택한 집시법을 취소하고 내각 총사퇴를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즉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야권 지도자들이 별다른 타개책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 청사가 있는 키예프 시내 그루셰프스키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와 경찰은 23일 오전까지도 서로 돌과 최루탄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펼쳤다. 이날 새벽 진압 부대가 그루셰프스키 거리 여러 곳에 설치된 시위대의 바리케이드를 해체하려 시도했으나 시위대의 강력한 저항에 밀려 퇴각했다. 시위 현장 주변으로 진압부대 병력과 차량 등이 추가 배치되는 가운데 병력수송용 장갑차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 국제 사회도 양분 = 국제사회도 우크라이나 정부 편과 야권 편으로 나뉘어 비난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비난하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EU 집행부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무력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 편을 들고 있다. 러시아 하원은 22일 채택한 결의안을 통해 우크라이나 야권이 폭력을 자제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키예프 주재 외국 대사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내정 간섭에 해당한다"면서 "러시아는 분노를 일으키는 그러한 행동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前) 소련 대통령은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야권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