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2007년 스물 셋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 황유미 씨 가족의 실화에 바탕을 뒀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은 고 황유미 씨와 그 아버지 황상기 씨의 실제 이야기를 충실히 전달하는 데 큰 공을 들인 만듦새다.
워낙에 사회적 파급력이 컸던 소재여서일까, 영화는 감정을 과하게 가져가지 않은 덕에 관객의 몰입보다는 관조를 이끌어냄으로써 성찰이라는 남다른 미덕을 이끌어낸다.
이날 언론시사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태윤 감독과 배우 박철민 김규리 윤유선 박희정 유세형이 참석해 영화 이야기를 들려 줬다.
김태윤 감독은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영화를 만들면서 외압이 있지 않았냐'는 것인데 외압은 없었고, 계속 질문을 받다보니 우리 안에 뭔가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저도 겁을 먹었던 게 사실이었지만, 나중에 보니 겁을 먹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고, 우리는 외압보다는 내압, 즉 자기검열이 많았다고들 우스갯소리로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극중 반도체 기업이 삶의 터전이기에 그곳을 절대 악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며 "그래서 극중 소극적이지만 결정적인 조력자로 나서는 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중요한 한 줄기의 이야기로 넣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코믹 연기로 입지를 다져 온 박철민은 극중 아버지 상구 역을 맡아 스스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라는 점을 입증했다.
이날 박철민은 "강원도 속초에서 처음 황상기 아버님을 만났을 때 저처럼 하관에 팔자 주름이 넉넉하셔서 외모 면에서 일단 비슷해 안심을 했고, 아버님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녹음기를 틀어놓고 질문도 많이 하고 사투리도 유심히 들었다"며 "이 영화는 무기력하고 나약한 바보 같은 아빠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철처럼 단단해지는 성장담을 담았는데,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전문 투자사의 지원 없이 소위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십시일반 제작비를 모은 제작 두레 형태로 만들어져 개봉에까지 이르렀다.
박철민은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자본이 필요했는데, 메이저 영화사에서는 선택을 안 해 다른 길을 택해야 했던 과정이 힘들었지만 작은 기적들이 많이 모여서 커다란 기적이 만들어졌다"며 "세계여행을 위해 4, 5년을 모았던 돈의 반을 투자하신 분, 며칠 뒤 이민을 가는데 마지막으로 좋은 일하고 싶다고 기부하신 분, 돈이 없다며 갓김치나 가방을 보내 주신 분들 덕에 그것들을 팔아 제작비로 충당하기도 하면서 신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면서 든 생각은 '우리가 이 영화로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였는데, 관객들에게 어떤 결론이나 교훈을 주기 보다는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볼 수 있다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런 영화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세상이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2월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