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공기업의 부채가 "기업만의 잘못이 아니라 정부정책을 떠맡아서 늘어난 부분도 있다"고 했지만 방점은 공기업의 '잘못'에 찍혀 있다.
박 대통령은 "공기업 자체의 방만 편법 경영도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잘못된 관행들을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기업 부채의 원인은 대부분 공기업 내부의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는 것이 박 대통령의 인식인 셈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채가 많은 12개 공기업의 부채는 2007년 186.9조 원에서 2012년 412.3조 원으로 225.5조 원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136조 원에서 305.2조 원으로 169.2조 원이 증가했다.
금융부채는 이자가 발생하는 외부차입금으로, 정기적으로 상환날짜가 도래하므로 국가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부채다.
문제는 이 금융부채 증가분 가운데 71%는 공기업 자체사업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 주요 9개 공기업 금융부채 증가 원인 분석결과 29%25만 자체사업 탓
CBS노컷뉴스와 사회공공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표된 감사원의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분석해 보니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증가한 9개 공기업의 금융부채 115.2조 원 가운데 자체사업으로 인해 늘어난 금융부채는 33.4조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81.8조 원(71%)은 정부정책 사업수행(42.9조), 공공요금 분야(17.1조), 해외사업(12.8조) 등을 하다가 늘어난 액수다.
공공사회연구소 김철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자체 사업을 추진한 데 따른 부채의 증가 책임은 공공기관이 져야하겠지만, 공공기관 부채의 상당부분은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주요 국책사업의 실패와 정부의 책임 불이행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공공기관에만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의 금융부채가 국책사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또 다른 자료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가 지난해 12월 펴낸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과 대책’을 보면 최근 5년간 12개 공공기관에서 증가한 금융부채 167.3조 원 가운데 78.5%(131.4조 원)는 10개 주요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돼 있다.
이들 10개 주요사업은 4대강사업, 보금자리주택사업, 해외석유개발사업 등 국가 정책과 관련된 사업들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허경선 부연구위원은 “지난정부에서 공기업을 국가정책에 굉장히 많이 활용했다. 예산, 재정으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공기업에서 차입해서 쉽게 재원을 마련해 정부사업을 진행 했다”며 “뭐를 팔고 줄이는 방식으로 공기업 개혁이 될 게 아니라서 정부 부처랑 같이 조정하는 그런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공기업의 방만 편법 경영에서 비롯된 문제들에 대한 개혁은 역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추진했지만 실패했다"며 "또 다시 그 전철을 되풀이해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공기업 부채 원인에 대한 그릇된 진단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개혁 역시 이전 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 이 오디오는 CBS 뉴스시사 FM(서울 98.1) '하근찬의 아침뉴스'에서 방송된 리포트입니다. '하근찬의 아침뉴스'는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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