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해결 실마리?…포스코 인도 제철소 논란

만모한 싱 총리, MB에 세 차례나 약속…이번도 공수표 가능성 배제 못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총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을 계기로 9년간 지지부진하던 포스코의 오디사주 제철소 건설 사업이 해결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만모한 싱 인도총리는 지난 정부에서 세 차례나 비슷한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이번에도 성사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박 대통령과 싱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끝난 16일 오후부터 시작해 17일자 신문까지 국내 언론들은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건립 문제가 9년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크게 보도했다.

이런 보도는 우리 정부의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청와대가 '오디사주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해결국면에 진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을 계기로 사업 부지 이전이 완료되고, 환경인허가도 갱신된데다 광산 탐사권을 부여하기 위한 절차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다"며 "앞으로 우리 두 정상은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싱 인도 총리는 2008년 7월 일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도 "8월 착공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구체적인 약속을 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이동관 대변인은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온 포스코의 제철소 사업과 관련, 싱 총리가 구체적인 약속을 한 것은 상당한 선물을 준 셈"이라며 "오늘 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고 자랑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4년전인 2010년 1월 26일 이 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도 싱 총리는 포스코의 오디사주 일관제철소 건설에 대해 "프로젝트 진행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공수표가 됐다.

2012년 3월 한국에서 이 전 대통령과 싱 총리가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한·인도 공동성명에도 "양 정상은 또한 오디사주 포스코 프로젝트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사업에 진척이 없었다.

더구나 싱 총리의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아, 박 대통령이 받아든 약속어음도 부도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오는 5월 실시되는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가 예상되는데다, 여당이 승리해도 싱 총리가 다시 집권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디사주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싱 인도 총리의 몇 차례에 걸친 공언에도 불구하고 진척을 보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제철소가 들어설 부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이전시키는 문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은 한.인도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오디사주 주민단체가 '포스코반대 전국 저항의 날' 시위를 연 데서도 알 수 있다.

또 지방정부는 지방정부 대로 포스코에 도로 건설 등 사회기여를 먼저 하라는 입장이지만 포스코 입장에서는 아무런 담보없이 길부터 닦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달리 포스코는 자신들의 문제가 9년만에 해결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도는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차이, 복잡한 행정절차 등이 얽혀 있는데, 이번에 정부에서 지원해 주겠다고 한 것이니까 기대를 한다"면서도 "부지가 국유지라고 해도 거기서 살던 원주민을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서 오디사주에 제철소를 짓는게 쉽지 않다"면서 "싱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똑같은 약속을 여러 차례 했지만 안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특히 세계적인 철강 경기 부진과 권오준 회장 체제가 맞물리면서 포스코가 무리수를 둬가면서 오디사주에 제철소를 건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도 전문가인 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김찬완 교수는 "인도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주정부와 주민들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말로 포스코의 오디사주 제철소 건설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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