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둔 장미란은 마치 초인(超人)과 같은 모습이었다. 자신의 은퇴경기가 될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는 자신과의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메달의 색에 연연하기보다 지금까지 자신이 들지 못했던, 그리고 앞으로 다시 들지 못할 역대 최고 기록에 도전한다는 것이 당시 장미란의 목표였다. 이미 세계 정상에 올라본 경험이 있는 그였기에 나올 수 있는 진심어린 도전이었다.
역도는 외로운 종목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플랫폼에 올라 바벨을 들어야 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결국 나를 이기기 위해 역도선수들은 자신의 체중보다 무거운 바벨을 수천 번, 수만 번도 더 들어올렸다 내려놓는다.
비록 장미란은 런던 올림픽에서 나이 어린 경쟁선수들에 밀려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성공을 거뒀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을 견뎌낸 것 자체가 장미란에게는 메달보다 값진 소득이었다.
다음달 개막하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둔 김연아에게도 2년 전 장미란에게서 느꼈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피겨스케이터지만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김연아는 단순한 범인(凡人)의 경지를 뛰어넘은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자신의 은퇴 경기가 될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둔 지난 15일 취재진과 만나 속내를 모두 털어놨다. 그는 “정말 마지막 대회지만 특별한 것 없이 똑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2연패보다 준비한 만큼 경기했으면 좋겠다. 어떤 결과라도 만족스럽고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선수로서 욕심내는 부분은 메달이 아닌 완벽한 경기, 완벽한 연기였다. 그는 “매 경기가 그렇지만 클린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실수를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정도면 좋겠다”고 예상외로 소박한 바람을 공개했다.
한국 역도의 간판으로 군림했던 장미란은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마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포츠 장학재단의 이사장으로 변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는 김연아의 차례다. 김연아의 존재 자체가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전부였다는 점에서 마지막 무대는 성적에 관계 없이 박수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