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서 임대 사업을 하는 하정호(51) 씨는 지난 13일 등록면허세 납세고지서를 받아들고는 깜짝 놀랐다.
지난해 부과된 등록면허세는 2만 7000원이었지만 이번 해에는 4만 500원으로 껑충 올랐기 때문이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갑자기 50%나 인상된 점이 영 찝찝했던 하 씨는 곧바로 구청을 찾아 어찌된 영문인지 따졌지만, 뾰족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하 씨는 "구청은 '안전행정부에서 세율을 올리라고 지시가 내려와서 올렸을 뿐'이라고 답했다"며 "돈이 아깝다는 게 아니라 전국에 자영업자가 몇 명인데 갑자기 50%나 세금을 올리는 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등록면허세는 주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내는 세금인데 영세한 자영업자 세금부터 올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박근혜 정권이 세금 부담은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어 울컥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논란의 핵심인 등록면허세는 기존 면허세와 등록세를 지난 2011년 통합한 지방세다.
면허분은 각종 면허나 허가 등에 대한 권리 설정 등 행정청의 처분을 받는 사람에게 매겨지는 세금이며, 등록세는 재산권 등의 권리 설정 등을 등록하는 사람에게 과세한다.
문제는 올해부터 등록분은 최고 18만원까지 2배가량 올랐고, 면허분은 최고 6만 7500원으로 50%나 인상된 것. 하 씨의 경우에도 2만 7000원의 50%인 1만 3500원이 추가된 셈이다.
개별 금액은 적어 보이지만 이번 등록면허세 인상으로 등록분 600억원, 면허분은 400억원 등 총 1000억여 원이 늘어나 전체 등록면허세 규모는 약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7월에도 등록면허세를 10% 소폭 상향하기로 입법예고됐지만 결국 오르지 않았는데, 갑자기 50%나 오른 것은 일방적 처사라는 게 영세 자영업자들의 불만이다.
이에 대해 안행부 관계자는 "23년 동안 물가상승률만 100%를 넘었고 지방 세수는 4배나 늘었지만, 등록면허세율은 제자리걸음"이라며 "우편 발송 등 납세비용을 고려하면 현실에 맞지 않았던 것을 한꺼번에 '정상화'했다고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또 "너무 오름폭이 크지 않느냐고 반대가 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세수 자체는 작은 편인데다 금액으로 따지면 개인 부담도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법안을 심의할 당시 국회 안행위에 제출된 심사보고서에도 "등록면허세가 개별 건당 소액이기는 하나 인상율 기준으로 볼 때 다소 과도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납세자의 반발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됐다.
더구나 재산 증식 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하는 중산층에게 주로 과세하는 주택 취득세의 경우를 봐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주택취득세는 기존 1000분의 40이던 것이 올해부터는 부동산 가격에 따라 1000분의 10에서 30까지 대폭 낮춰졌을 뿐 아니라 지난해 8월까지 소급 적용마저 해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과 중산층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춰 부족해진 세수를 영세 자영업자나 서민에게 부과하는 세금 등을 통해 벌충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한기 경제정책팀장은 "지난 이명박 정권 시절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한데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증세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세수 부족이 예고된 지 오래"라며 "이를 막기 위해 무리한 세수 늘리기가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율을 올리더라도 고소득층이나 이익을 많이 거두는 대기업에 세(稅)부담을 맡겨서 소득재분배와 복지재원 충원을 이뤄야 세금제도의 '정상화'가 되는 것 아니냐"며 "엉뚱하게 일반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증세로 인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부동산 취득세를 감면하다 아예 세율을 인하했는데, 이 경우에도 혜택은 중산층에게만 가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란 것이다.
증세는 없다던 박근혜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아 중산층에겐 세율 인하란 '선물'을, 영세 자영업자에겐 세율 인상이란 '폭탄'을 안겨준 셈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