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세 과시, 모금용'으로 치러지면서 나타나는 잡음들도 문제지만, 지역 현안과 유권자는 실종된 '그들만의 행사'로 끝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설을 목전에 둔 요즘은 정치권에서 출판기념회 '대목'으로 꼽힌다.
선거일 90일 전까지 허용된 출판기념회 개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다가오는 '명절 민심'을 잡기 위해서다.
대전시장 출사표를 던진 송용호 전 충남대 총장은 오는 20일,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22일 각각 출판기념회를 연다. 앞서 권선택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재선 전 의원과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12월에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대전시교육감 선거를 준비 중인 설동호 전 한밭대 총장은 16일, 세종시교육감 선거전에 뛰어드는 최태호 중부대 교수는 18일에 출판기념회를 연다.
기초자치단체장 후보군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박환용 서구청장은 18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재선 도전을 공식화할 예정이며 대덕구청장 출마를 선언한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는 23일, 박용갑 중구청장은 24일 출판기념회를 연다.
출판기념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부분 선거를 앞두고 세를 과시하거나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선거자금 모으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주인공'인 책보다는 행사 참석자 수가 더 부각되고, 정가의 몇 배를 웃도는 금액이 '책값'으로 오고가는 것이 현실.
이에 대해 주최 측에서는 "거론되는 후보자 수는 어느 때보다 많은 반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출판기념회가 아니면 출마 선언을 하거나 사무실을 열었을 때 정도"라며 "다들 하는데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반응이다.
지방선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과 '유권자'도 출판기념회에서는 겉돌고 있다.
지역인사가 갖고 있는 조직이나 정당 네트워크가 중심이 되다보니 '평범한 유권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데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구태의연한 모습'이 선거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린다는 쓴 소리가 적지 않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행정학과)는 "지난 대선 당시 북콘서트로 대표되는 '출판정치'에서 볼 수 있듯 충실한 책 내용은 후보자의 생각을 알리고 유권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실은 단순 행사를 위해 책을 '급조'하거나 심지어 일부는 대필로 이뤄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행사 자체도 기존에 짜인 조직이 중심이 되다보니 유권자는 배제된 '그들만의 행사'에 그치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나 주민들이 중심이 돼 직접 후보자 초청 토론회 등을 해보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