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철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정부 지원금부터 받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신청'이 봇물을 이루면서 행복주택 사업 자체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14개 시도 3만7천가구 유치 신청…40일만에 이뤄진 졸속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3일 '행복주택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뒤 1차 지자체 수요조사 결과 13일 현재 서울과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충북 등 14개 광역자치단체에서 3만7천여 가구가 들어왔다고 14일 밝혔다.
자치단체별 신청 물량은 서울이 2천500가구, 부산 6개구 7천656가구, 인천 3개구 천525가구, 대전 5천570가구, 광주 3개구 2천495가구 등이다.
또, 세종 450가구, 경기 수원 등 5개시 4천217가구, 강원 강릉 등 2개 시.군 5천47가구, 충북 제천 928가구, 충남 논산 등 3개 시.군 2천100가구, 전북 전주 970가구, 전남 영암 89가구, 경북 김천 등 4개 시.군 천289가구, 경남 진주 등 4개시 천201가구 이다.
국토부는 지자체 제안사업에 대해 주택수요와 시급성, 지역안배, 지역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 행복주택 부지…철도 유휴지에서 도시개발지구로 전환
박근혜 정부의 공약인 행복주택 사업은 당초 철도부지와 유수지 등 도심의 자투리 땅을 이용해 대학생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에게 임대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 1년동안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데다 지구지정을 둘러싸고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급물량을 14만 가구로 축소하고, 대상 부지도 도시개발지구와 산업지구 등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이와함께 행복주택 건설비용의 30%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40%는 사업시행자인 LH가 부담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행복주택 건설에 따른 비용부담이 크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들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복주택 유치에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행복주택 유치신청을 받은 지 40일만에 전국에서 3만7천여 가구가 신청된 것은
철저한 사업성 검토 없이 무조건 유치하고 보자는 선심성 유치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 행복주택…또다른 공공임대주택으로 변질되나?
행복주택은 임대주택이지만 사무실 등이 밀집해 있는 도심에 복합 주거문화 단지로 개발한다는 내용이 주목을 끌었다.
일반 공공임대주택과 차별화해서 슬럼화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대상 부지가 일반 도시개발지구와 산업단지 등으로 확대되면서, 행복주택이 일반 분양주택과 떨어진 별도 공간에 건축될 경우 지금의 공공임대주택처럼 학교와 생활권이 소외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3만7천여 가구의 행복주택 부지 가운데 상당수가 이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신청 부지 대부분이 도시재생지역과 자연녹지지역 등으로 용도변경이 필요하다"며 "행복주택이 슬럼화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토 과정을 거쳐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