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이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 과정을 거친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부채 늘려왔다는 점을 우려로 꼽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한국이 지난 2008년 말 149.7%에서 2011년 말 162.9%, 2012년 말 163.8%까지 치솟았다.
반면 선진국들은 2012년 말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미국 114.9%, 영국 151.9%, 2011년 말 기준 독일 95.2%, 일본 131.1%로 한국보다 낮다.
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또다른 지표인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을 보면 한국은 지난해 6월 말 2.16이다. 하지만 미국 4.57, 일본 4.25, 독일 3.19, 영국 3.06을 기록하며 한국을 앞서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은 정부 정책이 '빚을 권하는 방향'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면서 주택관련 대출이 잇따랐다. 4.1대책을 통해 양도세와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폐지됐고 생애최초 주택매입자에 대해서는 LTV(담보인정비율)가 확대되고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도 완화됐다. 8.28대책으로 취득세가 인하되고 저리의 모기지론이 확대됐다. 사실상 정부가 나서 국민들에게 빚을 얻어 부동산을 사라고 부추긴 셈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부동산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고 금리마저 오를 조짐이 보이면서 1천조원의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역시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제1금융권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고,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나면 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대책이 마련돼 왔다.
이달말 발표할 예정인 가계부채 대책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 대한 대출억제와 함께 대출방식의 전환이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 가운데 6억원 이상 고액전세주택에 대한 대출을 억제해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시킨다는 대목은 가계부채 대책이라기 보다는 부동산 대책의 하나라는 지적이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세자금 대출을 주택담보 대출로 전환시키기 때문에 가계대출 총량을 줄일 수는 없다"며 "다만 부동산 경기 활성화라는 부수적 효과는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될지도 미지수이다. 전세대출을 억제한다고 해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자동'전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이 주택구입을 꺼리는 이유는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수요를 압박한다고 해서 매매수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이럴 경우 가계대출 억제효과나 부동산 경기 활성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금융대책만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가계부채 규모를 안정권으로 줄여 나가는 한편 경제 전반을 활성화해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득 취약계층인 은퇴세대가 빚을 얻어 천변일률적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현실을 개선해 이들에게 다양한 재취업 경로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사회적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