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야당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국정교과서가 도입된 유신시절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일축해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민족의 장래와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될 때"라고 말했다.
근거는 "역사교과서 검정제도를 채택한 것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교과서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검정제도로 인해 지나친 좌편향 교과서 밖에 없다는 논란이 있어왔다"는 것이다.
앞서 황우여 대표는 전날 YTN에서 "역사는 한가지 교과서로 가르치는 게 국가적 임무가 아니겠나. 국가가 공인하는 한 가지 역사로 국민을 육성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보수진영이 야심차게 추진한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역사왜곡 사실오류 논란을 일으키며 사실상 채택률 0%에 머무르자 아예 교과서를 하나만 남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채택하는 나라는 북한과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검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의 경우 많은 국가들이 검정도 하지 않은 자유채택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하자는 주장은 역사 교육에서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수용한다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반박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국정교과서가 채택됐던 시점이 1972년 유신 선포 2년 뒤인 1974년이라는 점에서 역사교육의 유신 회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해방 이후 1973년까지 검정 제제였던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구집권 계획이었던 유신과 함께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단 하나의 국가 발행 역사 교과서로 통일됐다.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관점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의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사실을 왜곡한 수준 이하라는 점에서 국정교과서 주장은 과잉이라는 반박도 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헌법정신으로 어긴 만큼 교과서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의 오류는 물론이고 맞춤법이 틀린 것도 다수 발견되는 등 교과서로서 기본적인 자격이 안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때문에 자격이 안되는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국정교과서 운운하는 것은 의제는 흐려서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교교과서를 배운 학생들이 2∼3년 뒤 유권자가 된다는 점을 감안해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 주장에는 숨은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가 채택될 경우 미래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때 친일 독재의 원죄가 있는 보수진영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 주장은 70년대 유신시대로 돌아가자는 발상”이라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이같은 시도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