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기업 개혁' 고삐 조인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후 4시간 만에 '산하기관장 소집'

집권 2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갑오년 새해 국정운영 구상 등에 대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기업 개혁의지를 밝힌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곧바로 산하 기관장들을 불러 군기잡기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2시 15분 세종청사에서 서승환 장관 주재로 LH 이재영 사장과 코레일 최연혜 사장 등 14개 산하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 서승환 장관 "공기업 사장에 책임묻겠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의 부채가 222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국민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언론, 국회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산하기관들이 제출한 정상화대책 후속조치 계획은 정부지침을 피동적으로 따르는 등 아직까지 위기의식이 크게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서 장관은 따라서 "국민 입장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해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부채의 절대규모를 축소하고, 방만경영을 근절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해 기관별 계획을 전면 보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LH에 대해선 "부채가 141조원에 달한다"며 "강력한 구조조정과 근본적인 재무개선대책 없이는 LH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각오로 혁신적인 대책을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철도공사의 경우에도 올해 상반기 중 특단의 경영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신뢰 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공기업 사장들, 방만경영 해결 대책 보고

이와 관련해 LH는 20% 경상경비 절감 방안을, 수자원공사와 철도공사 등은 간부급 임금인상분 반납 등 자구노력 계획을 보고했다.

특히,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으로 선정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대한주택보증은 학자금, 의료비 과다지원, 과다한 특별휴가 등 8대 방만경영 사례 등에 대해 올해 상반기 내에 전면 개선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매월 산하 공공기관별 정상화대책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6월 말에는 그간의 추진실적과 노력 등을 평가해 부진한 기관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조기에 해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방침이다.

◈ 공기업 개혁, 부작용 우려

그러나 공기업 부채 증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정부 사업을 대신 떠맡아 추진하다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토부가 공기업 개혁을 서둘러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LH의 경우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사업을 추진하다 최근 3년 동안 수십조원의 부채가 늘어났고, 수자원공사도 17조원의 부채 가운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부채가 8조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LH는 박근혜정부가 대선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주택사업을 계속해 강행할 경우 최소 5조원 이상의 추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또, 도로공사와 코레일, 수자원공사 등도 부채 축소를 위해선 구조 조정은 물론 도로와 철도, 댐건설과 같은 국가 기간시설에 대한 사업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단순히 공기업 경영에 초점을 맞춰 무리하게 개혁을 추진할 경우 국가의 공공성 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사장은 지난해 말 국토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채가 무서우면 사업을 할 수가 없다"며 "꼭 필요한 사업은 (부채가 발생해도) 하겠다"고 말해, 정부의 공기업 개혁 방침에 대한 공기업들의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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