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프리카 평화유지활동 실패"< WP>

사상최대 병력 파견 불구 권한 제대로 부여하지 않아

유엔이 최근 수년간 아프리카의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분쟁지역에 사상 최대규모의 평화유지군 병력을 파견했으나 '평화유지' 목적을 이루는 데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유엔평화유지군이 수십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분쟁 방지에 실패한 것은 권한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데다가 인력과 장비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유엔이 평화유지에 실패한 것은 미 정부와 동맹국, 유엔 관리들이 위기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정치적 압력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수단과 남수단에서 활동해온 인권운동가 존 프렌더개스트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지역 분쟁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외교적 대응이 늦고 비효율적이었다"면서 "이로 인해 유엔평화유지군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목표를 이행하라는 압력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토비 렌저 유엔 남수단 특별임무단 부대표는 "남수단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여러 분쟁지역에서 유엔평화유지군과 아프리카군은 장비가 부족하고 병력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렌저 부대표는 "5천~1만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이 할수 있는 일은 많지만 한 국가 전체가 폭력사태에 처한 상황을 안정시킬 능력은 없다"고 덧붙였다.


WP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은 1990년대 초반에 비해 거의 두배 수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란틱 카운슬' 아프리카 센터의 피터 팜 집행이사는 작년 11월말 기준으로 9만8천267명의 전 세계 유엔평화유지군 가운데 70% 이상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WP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아프리카에서 분쟁 방지에 실패한 주요 이유로 자위 목적의 전투만을 허용하는 권한의 제약을 꼽았다.

1994년 르완다 학살사태가 터지기 직전 유엔평화유지군은 후투족 무장세력에 무기가 불법 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유엔 고위 관리들은 부여받은 권한 밖의 일이라는 이유로 평화유지군이 무기를 압수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유엔은 남수단에도 평화유지군을 파견했으나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이어진 종족 간 정치적 유혈사태를 막지 못하는 무기력을 드러냄으로써 피해자들과 지역 지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작년 12월 중순 폭력사태가 남수단 전역으로 확산된 후에야 유엔안보리는 남수단의 평화유지군 병력을 1만4천여명으로 약 두배 늘리기로 의결했으나 이마저도 파병 임무를 지역 발전에 한정했다.

팜 집행이사는 "남수단의 문제가 단지 물질적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냐"고 반문하면서 "평화유지 목적이 아니라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들여 60개 이상 국가에서 7천여 병력이 남수단에 파견된 목적이 무엇인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유엔평화유지군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엔평화유지군이 없었다면 빈곤과 부패, 통치력 부재 등이 폭력사태를 초래한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혼란은 악화되고 희생자도 더 많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제위기감시기구의 E.J 호겐둔 아프리카 담당 부국장은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이 충분치 못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유지만 이들의 개입이 없었다면 분쟁은 더 확산됐을 것"이라고 말했고 렌저 부대표도 "유엔의 임무는 민간인 보호라는 주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며 수만 명의 민간인들이 유엔평화유지군 기지로 대피했다"고 지적했다.

WP는 평화유지군 파병에도 불구, 남수단에서 분쟁이 지속되는 이유는 남수단 독립에 주요 역할을 한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이 남수단의 정치적 분열을 인정하고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권운동가 프렌더개스트는 "남수단 집권당 내분이 작년 여름 표면화되기 이전에 국제사회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압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면서 "유엔 평화유지활동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압력수단을 가진 국가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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