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년 한국 스포츠는 이 남자를 빼면 논하기가 불가능하다. 최근 한창 TV에 '먹방 CF'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귀여운 외모의 거구, '괴물' 류현진(26, LA 다저스)이다.
올해 4월부터 한반도를 메이저리그(MLB) 열기로 후끈 달궜던 장본인이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를 개척했던 박찬호(은퇴) 이후 10여 년 만에 불어닥친 엄청난 센세이션이었다.
▲'반신반의' 불안한 시선을 바꾸다
사실 류현진의 빅리그 성공 여부에 대한 현지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였지만 MLB에서 검증받지 못한 만큼 당연했다.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역투 등 국제무대에서 인상적인 모습도 미더움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여기에 스프링캠프 때 보인 저조한 달리기 능력으로 체력 문제가 불거졌다. 다소 와전된 부분도 있지만 현지 기자의 흡연 지적도 있었다.(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의 다저스 담당 켄 거닉 기자는 이후 시즌 막판 "능력을 의심하기보다는 애정어린 충고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류현진은 실력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4월3일 샌프란시스코전 6⅓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 패배, 호된 신고식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2연승을 거두며 점차 미국 무대에 적응해갔다.
특히 잭 그레인키, 조시 베켓, 채드 빌링슬리 등의 부상으로 무너질 뻔한 선발진은 든든하게 지켰다. 한화 시절 숱하게 경험한 '소년 가장'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다저스의 버팀목이 됐다. 결국 전반기에만 7승3패 평균자책점(ERA) 3.09의 성적으로 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해 미국 야후스포츠로부터 'A-' 학점을 받았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를 쓰다
올 시즌 성적은 14승8패 ERA 3.00. 역대 한국인 빅리거 데뷔 최고 성적이다. 다르빗슈 유(텍사스, 13승),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 11승) 등 내로라 하는 일본 선수들을 넘은 올 시즌 아시아 선수 최다승이다. MLB 2년 차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가 14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한국인 사상 첫 포스트시즌(PS) 선발 등판과 승리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류현진은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10월7일 애틀랜타와 내셔널리그(NL)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새 역사를 썼다. 3이닝 4실점 다행히 패전은 면했다.
그러나 8일 뒤 기어이 일을 냈다. 15일 세인트루이스와 NL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로 마침내 PS 승리를 따냈다. 박찬호는 물론 월드시리즈 반지를 2개나 가진 김병현(넥센)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 괴물, 내년이 더 기대된다
다만 100점에서 뺀 1점은 동부 원정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올해 류현진은 연고지 LA와 시차가 나는 동부 원정에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볼티모어전(6이닝 5실점), 토론토전(5⅓이닝 4실점) 등이다. 미국에서 처음 겪는 첫 해를 감안하면 내년 시차가 익숙해질 것인 만큼 나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체력적인 문제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류현진은 시즌 막판 6경기에서 2승4패로 주춤했다. 시즌 15승과 ERA 2점대가 무산된 이유였다. 팔꿈치 부상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류현진을 경험한 국내외 야구 전문가들은 그의 '야구 IQ'를 높게 평가한다. 습득이 빠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영민함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내년 류현진이 올해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 류현진이 12승이면 성공이라고 전망했던 송재우 위원은 "타선과 수비의 도움 등 운이 따른다면 내년 15승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년 괴물의 진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