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쟁'은 예수가 이 땅에 온 날을 뜻하는 크리스마스라는 단어와 캐럴 같은 기독교 상징물을 성탄절에 사용해도 좋은지를 놓고 기독교계와 반대진영이 벌이는 힘겨루기를 의미한다.
미국은 청교도가 세운 기독교 국가이지만, 무신론자 등은 정교분리를 명시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며 성탄절에 예수의 흔적과 기독교 색채를 없애자는 주장을 펴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기독교세의 급격한 위축과 맞물려 이런 목소리가 득세하면서 성탄절에 각 기관과 장소에서 '예수'를 만나기 어려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크리스마스'를 즐거운 연말이란 뜻의 '해피 홀리데이'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연말 인사라는 뜻의 '시즌 그리팅스'(Season's Greetings)로 바꾸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에는 국립병원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퇴출을 당해 기독교계의 공분을 샀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스맥스 등에 따르면 참전군인을 돌보는 조지아주 오거스타 소재 보훈병원이 대표적인 캐럴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참 반가운 신도여' 등 종교적 색채가 있는 캐럴을 금지곡으로 규정했다.
"다른 종교를 믿는 환자가 있다"는 게 퇴출 사유였다. 이에 따라 성탄절을 맞아 입원 환자들 앞에서 캐럴을 부르려던 지역 학생들의 위문 공연이 차질을 빚었다고 오거스타크로니클이 보도했다.
캐럴이 '바이블 벨트'로 불리는 미국 동남부의 한복판에서 칼날을 맞았지만, 텍사스주에서는 진보진영의 반대를 뚫고 크리스마스의 상징물을 법으로 보호하는 법안이 제정돼 기독교계에 위안거리가 됐다.
이번 사건은 주내 일부 공립학교가 무신론자들의 요구에 따라 '크리스마스 트리'란 이름을 '홀리데이 트리'로 바꾼 것에서 비롯됐다.
기독교계는 이에 발끈했고, 공화당은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며 십자가 같은 종교 상징물을 공립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메리 크리스마스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이처럼 일부 지역에서 '표현의 자유'가 '종교의 자유'에 승리하는 사례가 간혹 나오고 있지만 기독교의 영향력이 갈수록 축소되는 현실에 비춰볼 때 '크리스마스'가 예전의 지위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