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이후 정부와의 공식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태지만 한국노총의 경우 노사정 대타협, 노사정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정부 정책에 어느정도 발을 맞춰왔다.
한국노총 문진국 위원장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기간 외국기업들의 투자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경제수행단으로 함께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압 다음날인 23일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문 위원장은 "한국 노동 역사 전체를 돌아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노사정위 완전 탈퇴도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하며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웠다.
정부에 온건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한국노총이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데는 최근 노조법 개정이 국회에서 무산되는 등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1년 동안 지켜봐 왔지만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노총 진압 과정을 보며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는 정부의 태도에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보통 개별 노조 파업의 경우, 상급 단체를 대화 채널로 활용하며 중재를 하는데, 정부가 철도노조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을 건드리면서 노동계의 퇴로조차 봉쇄한 결과를 자초했다"며 "'노와 정'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양상을 낳았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문제,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년 연장, 대체휴무제 등 고용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시기에 노사정 갈등이 점점 확대되면서 노동 현안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