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위원장 구속영장…“수사중이라 증거는 제시할 수 없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한 민주노총 건물 진입을 방해하고 경찰관을 다치게 한 혐의로 김정훈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10분쯤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현관에서 깨진 유리 파편을 경찰관에게 던져 왼쪽 눈부위 1.5cm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건물 안팎에서 공무방해 혐의로 138명을 연행했으나 김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137명은 일단 석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위원장이 경찰관을 다치게 하는 장면이 찍힌 채증영상 등 혐의를 입증할 자세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채증영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서울지방청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이에 서울지방청 수사부 관계자에게 문의했으나 “(언론 대응은) 공보실로 일원화됐다.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홍보담당관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 과정은 수십대의 언론사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특히 경향신문사 현관 앞에서는 CBS노컷뉴스 기자를 포함, 수많은 기자들이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극렬한 대치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하지만 ‘유혈 충돌’을 보도한 언론사는 한 곳도 없었다. 수십명의 조합원들이 차례로 연행되고 국회의원들이 끌려나가긴 했지만 ‘혈흔’은 목격되지 않았다.
더구나 경찰은 충돌 과정에서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철망이나 유리망으로 앞이 가려진 진압모(방석모) 등 장구를 갖추고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을 연행한 경찰관들은 유리망으로 전면을 전부 가릴 수 있는 진압모를 쓰고 있었다.
물론 예기치 않은 부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다. 당시 민주노총은 사상 초유의 ‘침탈’을 막기 위해 강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전교조 위원장만 구속 수사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정작 증거는 제시하지 않는 경찰의 대응은 정부가 ‘철도 파업’을 계기로 공안 탄압을 한층 강화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경찰은 지난 2009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에도 철도노조 본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3개의 공무원노조를 통합한 전공노는 출범 3개월도 채 못돼 압수수색을 당했고, 여전히 ‘법외노조’ 신분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는 당장 이날 오전 11시 30분 민주노총 앞에서 김 위원장 구속영장 신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위원장에 대한 구속수사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서버 압수수색 등 탄압의 연장선에 있다”며 “이는 민노총 불법 침탈에 대한 책임을 정당하게 저항했던 단체들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지난 10월 24일 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으나 법원에서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아직은 합법노조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전공노와 전교조는 최근에도 대선 개입 혐의로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명백하게 물리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기에 경찰의 내부 수사 기준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한 것일 뿐, 전교조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가려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