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할 때 바늘에 찔리지 않도록 손가락에 끼던 도구가 골무입니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골무는 가위, 바늘과 함께 옷 수선에 필수품이었습니다. 이 골무와 모습이 비슷하다하여 이름이 붙은 꽃이 골무꽃입니다. 골무꽃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중부 이남에서 자라며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대만, 일본의 오키나와에도 분포하고 있습니다. 산이나 들판의 풀밭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지만 그늘이 있는 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키는 다 크면 30cm 정도 된다고 도감에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에서 자라는 것은 대부분 20cm가 채 되지 않아 보입니다. 줄기는 둔한 사각형으로 비스듬히 자라다 곧게 서고 심장 모양의 잎은 마주나며 전체적으로 짧은 털이 있습니다.
꽃은 5월이 되면 자주색으로 피는데 화려하지 않으면서 은은한 아름다움을 줍니다. 그리고 무리지어 피는 법도 없어 소박한 느낌을 줍니다. 꽃은 입술 모양으로 줄기 끝에 한쪽으로 치우쳐 두 줄로 빽빽이 달립니다. 아랫부분이 꼬부라졌다가 꼿꼿이 서고 아랫입술 꽃잎에는 곤충의 눈을 끌기위한 듯 흰 반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4개의 수술 가운데 2개가 길고 2개는 짧아 꽃잎 안쪽에 있습니다. 곤충이 꽃잎 속으로 들어오다 긴 수술에서 꽃가루를 묻히지 못하면 안쪽에 있는 수술에서 묻히게 함으로써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한 2중장치인 셈입니다. 열매 하나하나는 접시를 닮아 설거지가 끝나고 햇볕에 말리고 있는 것처럼 줄줄이 달려있는 모습이 볼 만합니다. 골무꽃의 속명 Scutellaria도 라틴어로 '작은 접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열매가 접시를 닮아 붙여진 듯합니다.
골무꽃은 은은한 느낌을 주는 꽃이어서 꽃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관상용으로 키우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집에서 키워보고 싶은 분들은 산에서 직접 캐오면 안되고 열매가 익는 6월쯤 씨앗을 받아 화단에 바로 뿌리거나 냉장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에 뿌려주면 됩니다. 화분에 심는 경우에는 거름을 주고 배수가 잘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햇볕이 드는 곳을 특히 좋아하지만 그늘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큰 나무나 담벼락 아래 심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화단에 군락으로 심어 지피식물로 이용하면 많은 꽃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관상용으로는 그만일 듯합니다.
하지만 예로부터 골무꽃의 쓰임은 관상용 보다는 약용에 있었습니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한신초(韓信草)라 하여 달여서 복용했습니다. 피를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어 토혈, 각혈, 자궁출혈, 상처 등에 사용했으며 통증을 진정시키기 때문에 치통에도 쓰였습니다. 또한 독을 풀어주기도 하여 종기가 심할 때도 썼습니다. 그리고 민간에서도 이용했는데 부스럼, 벌레에 물렸을 때 잎을 짓찧어 즙액을 환부에 붙이면 좋습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화상을 입은 것 같은 피부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하니까 붙이고 난 뒤 계속 쓰리고 아프면 바로 떼어내야 합니다. 또한 골무꽃을 식용하기도 했습니다. 전초를 데쳐서 무쳐 먹기도 했고 국거리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며칠이 남지 않았습니다.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늘 지난 일들을 추억하게 됩니다. 그것으로부터 내년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이든 그렇지 못한 것이든 모두가 소중하고 귀중한 것들이었습니다. 골무꽃의 꽃말이 '고귀함'입니다. 어머니께서 골무를 끼고 터진 양말을 기워주는 생활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나간 일은 지금의 일을 하는데 귀한 자산이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골무꽃의 꽃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회가 변하면서 옛날 일이라고 잊고 사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