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마음껏 쉰다'…美기업 '무제한 휴가' 실험

근무시간·휴가 제한 없애…"회사·직원 신뢰 두터워야 가능"

미국의 일부 기업이 직원들이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쉴 수 있도록 하는 '무제한 휴가' 제도를 도입해 근무 유연성과 생산성을 함께 높이고 있다.

일반적인 미국 직장인들이 한 주에 40시간을 일하고 연간 2주가량의 유급 휴가를 받는데 비해 '무제한 휴가' 정책을 택한 기업들은 이런 근무시간과 휴가기간의 제한을 모두 없앴다.

직원 1천600명 규모의 세무서비스 기업인 라이언(Ryan)도 그런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2008년 무제한 휴가제와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스스로 근무 일정과 업무량에 맞춰 출퇴근 시간과 휴가일을 조정하도록 했다.

직원들은 본인들의 근무 시간을 따로 계산해서 알리지 않고, 직원들이 얼마나 쉬는지 휴가 일수도 기록하는 사람도 없다.

라이언의 워싱턴 사무소 책임자인 스티브 톰슨(32)은 여름철이면 금요일 정오쯤에 퇴근하곤 한다. 교통체증을 피해서 해변으로 놀러 가기 위해서다. 평일에도 다른 용무가 있거나 하면 점심때 전후로 퇴근하는 날이 종종 있다.


톰슨은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회의가 없을 때면 피트니스센터에 들러 운동을 한 뒤에 사무실에 돌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다른 두 직원도 마찬가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핵심 업무시간'에는 대개 사무실을 지키는 편이지만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일 것 같지만 그 반대라고 이 회사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주어진 일만 마친다면 주말에 휴가를 붙여 3일간 쉬는 데도 제한이 없고 필요하면 재택근무도 권장되다 보니 오히려 2주 이상 장기휴가를 쓰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훨씬 줄었다.

델타 에머슨 라이언 부사장은 "(이전에는) 스트레스로 꽉 찬 환경에서 일했다"며 무제한 휴가제 도입으로 '죽어라 일하는'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직원들 근무태도 관리를 전담하는 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졌고 직원이 퇴사할 때 남은 휴가 일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

이 제도가 처음부터 순조롭게 정착된 것은 아니다.

에머슨은 "도입 첫해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리번거리면서 '이거 오래 못 갈 것 같아'라고 말하곤 했다"고 돌아봤다.

톰슨은 "사람들이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며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나면서 많이 정착됐고 나같은 책임자급들은 작년에 모두 4주가량을 쉬는 등 사내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인 가족·직장 연구소(FWI)는 금융과 IT업계를 중심으로 라이언처럼 무제한 휴가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고용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클리프 팔레프스키는 그러나 "무제한 휴가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회사와 직원 사이에 신뢰가 두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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